지난 1일부터 서울시의회의 서울시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시 내부망과 ‘블라인드’ 앱에 시의원 ‘갑질’을 고발하는 글들이 올라와 논란이다.

지난 9일 직장인들 모바일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엔 ‘언론자유 탄압하는 최악의 서울시의원’이라는 제목의 한 서울시 직원의 글이 올라왔다. 이 직원은 “지난 6일 행정자치위원회 행정감사 자리에서 김상진(60) 더불어민주당(송파2구) 의원이 익명 내부게시판에 글을 쓴 직원을 색출하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직원은 “지금이 군사정부 시대도 아니고 자기 비위에 거슬린다 해서 불법을 저지르지도 않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자유게시판에 개진(시의원을 특정하지 않고 시의원 워스트[worst], 베스트[best]를 뽑자고 제안)한 직원을 색출하라는 것은 MB(이명박)와 503(박근혜)이 민간인 사찰을 자행한 것보다 더 심각한 민주주의 위협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서울경제 등 일부 언론에선 김 의원이 “글쓴이를 색출해야 한다”고 했다거나 “(게시글을) ‘삭제가 가능한지, 작성자를 추적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하며 공무원들의 분노 섞인 반응을 전했다.

▲ 지난 6일 서울시에 대한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황인식 행정국장(왼쪽)이 김상진 더불어민당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지난 6일 서울시에 대한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황인식 행정국장(왼쪽)이 김상진 더불어민당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미디어오늘이 논란이 된 지난 6일 시의회 행자위 행정감사 회의록을 확인해 보니 김상진 의원은 황인식 행정국장에게 지난 4일 서울시 직원이 익명 게시판에 올린 시의회 갑질 관련 글을 언급하며 “시의원은 공무원이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이 평가하는데 이런 걸 이렇게 막 올려도 되느냐”며 “분명 직원 중 한 명인데 거꾸로 의원에게 갑질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게시글) 내용이 문제가 되면 아이디를 추적해 누군지 밝혀낼 수 있느냐”고 물었고, 황 국장은 “행정 내부 포털에 올린 건 추적해 알 수는 있지만 특별히 추적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직원들이 본인의 스트레스와 울화가 있어 올린 경우가 있지만 자기 의사를 좀 정제해 표현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표현의 자유도 있고 일부 개인이나 특정 부서가 불만이 있어 그러는 건 좋은데 조직 화합 차원에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올라온 글을 보고 의원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우리도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해야지만, 직원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글을 올리고 조직에 저해되는 요소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예를 들어 직원이 ‘박원순 시장 물러가라’는 글을 올려도 가만있을 것”이냐며 “직원 교육과 상시 모니터링 등 게시판 관리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황 국장은 “우리가 물론 확인해야겠지만 너무 과잉으로 대응하기보다 직원들이 스스로 절제하고 자정하도록 하는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발언 취지와 질의답변의 전후 맥락을 봤을 때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시의회(원)를 비판한 공무원 색출과 게시글 삭제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보긴 무리가 있지만, 받아들이는 공무원들 입장에선 충분히 ‘갑질’로 느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행정국장에 앞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행정감사에서도 “올해 시 출연금이 46억원인데 내년에 안 주면 어떻게 되냐”면서 “(안 줘도) 표시도 안 나잖느냐”고 농담조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안승화 센터장도 웃으며 답하긴 했지만 “(출연금을 안 주면) 문 닫아야 한다. 서울센터가 문 닫으면 여러 가지 변화가 많다”고 난처해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공무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나도 앞서나간 건 사실인데 ‘추적해서 누군지 알려 달라’는 의도로 말하지 않았고 지금껏 갑질해 본 적도 없다”며 “내 발언 의도는 조직 화합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직원이 올린 글에 명예훼손 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직원 교육과 모니터링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김 의원의 질의가 논란이 되기 전에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시지부는 행정감사 기간 시의원들의 무리한 자료 제출 요구 등과 관련해 신원철(민주당) 시의회 의장과 민주당 대표의원들을 찾아가 면담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신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명백한 갑질’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풀어나가고 갑질에 대해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다만 노조 차원에선 지금까지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와 행정감사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해 후속 조치와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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