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하고 거래 중지 조치를 내린 가운데 “배후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있다. 재벌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식회계는) 결국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하는데 불공정한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결국 이 모든 배후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있다”며 “증선위 결정은 재벌개혁을 위한 작은 단추가 하나 채워진 것”이라 밝혔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1월15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판단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홍순탁 회계사, 심상정 의원,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 사진=손가영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1월15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판단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홍순탁 회계사, 심상정 의원,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 사진=손가영 기자

증선위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 회계를 했다고 최종 판단했다. 삼성바이오 주식거래는 즉각 중지됐다. 증선위는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했고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했다. 상장 폐지 및 검찰 고발 여부도 검토 중이다.

삼성바이오 회계 장부가 중요한 이유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있다. 합병은 ‘이재용→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계열사’ 지배구조를 만드는 경영권 승계 일환이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지배주주였을 뿐 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은 미미했다.

삼성물산은 둘을 이어주는 ‘키’였다. 삼성물산은 합병 전 삼성전자 주식 4.1%를 보유했다. 이건희 회장은 3.38%를, 삼성생명은 7.2% 지분을 갖고 있었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이부진·이서현 자매는 7.8%를 보유했다. 즉 오너 일가는 합병으로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제일모직의 삼성생명 지분을 취해 결국 두 회사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은 건설·무역업 회사다. 제일모직은 의류·섬유업 계통이다. 2015년 3월 말 연결재무상태 기준 삼성물산 자산은 15조원, 제일모직 자산은 4.7조원이다. 2014년 기준 영업이익도 삼성물산은 6524억 원, 제일모직은 2134억 원이었다. 그러나 제일모직 지배주주인 오너 일가엔 삼성물산 가치평가가 낮고 제일모직 가치평가가 높을수록 합병 후 지분 소유에 유리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이 가치평가 과정에서 일어났다.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린 게 ‘삼성바이오 성장 잠재력’이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를,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90.3% 보유한 모회사였다. 삼성물산 의뢰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1:0.38(제일모직 1주 당 삼성물산 0.38주)’, 삼정KPMG 법인은 ‘1:0.40’을 합병비율로 제시했다. ISS(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의 평가 ‘1:0.95’와 격차가 크다. 회계법인은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성”을 들었다. 증선위는 이 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가 고의로 부풀려졌다고 확인한 셈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5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심상정 의원은 이와 관련 “증선위 결론은 당연한 상식이지만 결정이 나오는데 무려 2년이 걸렸다. 2016년 11월 국회 정무위에서 국민연금 투자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정황은 이미 지적됐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은 승계 과정에서 청와대와 부당거래를 했다. 국민 노후 자금을 동원하는 등 경제 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됐다.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이 정경유착 부패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린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증선위 결정을 즉각 부인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 “저희는 당사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 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 바이오는 이어 “증선위 판단은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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