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로 제일 중요한 사람간 신뢰와 믿음이 깨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배우라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싶다. 이런데 더 이상 상처받고 다치고 싶지 않다”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임금체불에 곽민석 배우가 가장 걱정된다고 한 것은 돈 문제가 아닌 사람간 신뢰와 일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곽민석씨는 2016년 제작된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배우와 스태프들의 임금체불 소식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익숙한 얼굴들도 많다. 주연에는 제국의 아이들 김동준이 참여했고. 배우 구혜령, 이달형씨도 이미 많이 알려진 배우다. 이들도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곽민석씨 말에 따르면 배우와 스태프들의 받지 못한 출연료와 임금은 총 2억원 정도다. 추후에 준다고 했던 진행비도 일절 지급되지 않았고, 계약금 또한 주연 배우 몇몇에게 일부가 지급된 것을 빼고는 지급되지 않았다. 조명과 분장 같이 팀으로 움직이는 스태프는 팀장이 직접 사비로 임금을 지급해 지금도 카드 대출비가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중간에 하차한 팀에게는 중도 하차를 이유로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행복한 인질’ 제작사인 (주)유카리스티아 한상필 대표는 드라마 판권이 곧 팔린다는 식으로 임금 지불을 미뤄왔고 어느 순간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다.

▲ 미디어오늘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곽민석 배우
▲ 미디어오늘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곽민석 배우

부당한 일을 당해도 쉽게 말할 수 없는 ‘을’의 입장

곽민석씨가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 출연했던 사극에서 24회차 중 18회차를 출연했지만 당시 약 1200만원에 해당하는 출연료를 못 받았다. 당시 출연료를 받지 못해 주변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괜히 말했다가 출연료는커녕 나중에 아예 출연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려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실제로 주연급 배우가 아닌 이른바 중고신인 배우는 작은 배역이라도 받으려고 제작사 대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길어지자 곽씨와 다른 배우, 스태프는 함께 고용노동부를 찾았지만 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은 배우도 있었고 작성했더라도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 했는지 정확한 근무시간을 파악할 수 없어 노동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인정되지 않았다. 40여명의 스태프 중 1~2명만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대응할 준비를 하느냐는 질문에 곽민석씨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다만 이렇게 영상을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이번 임금체불을 알게 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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