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가 지난 23일 구글코리아에 삭제 검토를 요청한 콘텐츠 중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이 침투하여 일으킨 폭동’이라는 가짜뉴스를 구글코리아가 삭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특위는 해당 가짜뉴스에 대해 “해석과 판단이 필요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로 의도를 가지고 조직적‧반복적으로 생산, 유통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라고 강조했다.

당일 기자회견에 적지 않은 이들이 분개했다. 앞서 지난 15일 구글코리아를 방문한 민주당 특위가 국내법 위반 소지가 있는 104개 콘텐츠에 대해 구글의 커뮤니티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펴 위배되는 내용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구글코리아가 특위에 “위반 콘텐츠가 없다”고 밝혀오자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가짜뉴스인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강조하며 공분을 끌어낸 것이다.

이날 특위는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실효적으로 막을 수 있는 공적규제(법적‧제도적 장치)의 보완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앞으로도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법 위반 소지가 있는 콘텐츠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지난 16일 허위조작정보 처벌 강화방안을 내놓으며 유튜브 방송에도 언론사보도에 준하는 책임을 묻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가짜뉴스. 사진=게티이미지.
▲ 가짜뉴스. 사진=게티이미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 같은 정부여당 대응을 두고 “정부여당의 진짜 의도는 자신들의 평판 보호다. 결국 기존 법률로 강하게 밀어붙여 (극우보수의) 위축효과를 노리는 것”이라 주장했다.

박 교수는 “말이 허위라는 이유로 처벌하는 법은 없다. 말이 일으키는 해악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라며 “5·18 북한군 책동설은 여당이 가짜뉴스 규제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들고 나온 핑계거리다. 과거부터 있었던 주장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뭘 했나”라고 주장했다.

2013년 5월 ‘5·18북한군개입설’을 방송에 내보낸 채널A와 TV조선에 민주당 의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에 민원을 넣었고, 두 방송은 법정제재를 받았다. 5·18 역사왜곡대책위는 채널A와 TV조선 출연자 이주성·임천용·김명국(가명) 세 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했다. 그러나 모두 2014년 무혐의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허위사실을 유포했더라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개개인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 희석되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무혐의 이유였다.

박경신 교수는 “문재인 치매설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똑같이 문재인 치매설을 유포했을 경우 믿음이 다르다고 해서 누구는 처벌하고 누구는 처벌하지 않을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허위정보유포에 대한 처벌은 문제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여당 목표가 자유한국당을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면 ‘이전 정권도 했으니 우리도 하겠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최근의 가짜뉴스 이슈가 ‘가짜뉴스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됐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프레임 이후 불거졌다고 전하며 “오늘날 문제는 극우파도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규제는 진보 쪽의 자해와 같다”며 “유언비어 차단은 권위주의정부의 통치 수단이다. 허위사실 유포죄는 인권침해”라고 비판하며 현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대응’ 방향에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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