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방송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문제제기했다. 특히 방송사·제작사가 직접 방송스태프와 계약을 맺지 않고 중간에 감독급(팀장)과 도급계약(턴키계약)을 맺는 관행도 지적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방송사·제작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감독급을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놔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6일 환노위 고용노동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은 “오늘이 살인적인 방송제작 환경에 항의해 자기 삶을 마감한 고 이한빛 PD 2주기”라며 “아직도 해결이 요원한 방송제작 스태프의 노동인권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김두영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장을 국감장에 불렀다.

▲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방송사, 제작사와 스태프의 계약구조 현황.
▲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방송사, 제작사와 스태프의 계약구조 현황.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방송사·제작사는 연출팀·제작팀·촬영팀 등과 개인별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조명팀·동시녹음팀·장비팀·미술팀 등과 팀별 도급계약을 맺는다. 도급계약을 맺은 팀장들은 방송사·제작사에서 받은 제작비 내에서 스태프(조수급) 인건비를 지급하게 된다. 이 의원은 “제한된 재원으로 일하니까 살인적인 노동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두영 지부장은 “현재로서는 조수급 스태프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긴 했지만 그 전에는 존재감도 없었다”며 “방송사나 제작사는 (스태프의) 사고나 죽음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을 지고 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법적 책임은 방송사·제작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감독급(팀장)이 지게 된다.

이 의원은 “턴키계약을 맺는 구조가 유지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김 지부장은 “방송사·제작사가 그런 계약서만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방송사·제작사는) 압도적인 갑이고 팀은 을 중의 을이기 때문이냐”고 재차 확인했다.

▲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김두영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장이 열악한 스태프 노동실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김두영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장이 열악한 스태프 노동실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이런 턴키계약을 거부하고 팀장급을 포함한 모든 스태프가 방송사·제작사를 사용자로 보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현재로서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 하루 18~20시간 해온 노동시간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추가수당 없이 스태프를 부릴 수 있는 여건”이라며 앞으로는 노동당국에도 구제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자신이 사용자로 간주되는 팀장급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김 지부장은 “노조 창립 이후 가장 먼저 노조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주로 턴키계약을 맺어온 감독급이었다”며 “모든 현장사고·기타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감독급이 지게 돼 있어 노조에 나서지 않고서는 해결방안이 없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지부장은 “노조에서 요구하는 건 ‘밥 좀 제대로 먹자’ ‘잠 좀 제대로 자자’”라며 “저게 노조의 요구조건인가 할 정도로 국민으로서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 촬영현장에서 살인적인 노동시간, 거기에 따른 스태프의 죽음·자살·갖가지 재해사고가 발생한다”며 “노동시간만큼은 철저히 지켜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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