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0월29일 박근혜 정부 탄핵을 요구하는 최초 촛불집회가 열린 지 2년이 지났다. 탄핵촛불 2주년을 맞아 주요신문 사설은 “사회불평등 해소 촛불정신은 실종됐다”는 비판과 “노조의 주장이 촛불 민의냐”는 지적으로 극명히 엇갈렸다.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엔 노동권에 대한 왜곡된 관점의 기사가 실렸다.

▲ 29일 한겨레 6면
▲ 29일 한겨레 6면

경향·한겨레는 정부·국회가 경제민주화 과제를 방관했다고 질타했다. 경향은 “촛불집회 2주년, '촛불 민의'는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 사설에서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는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목소리는 사그라들고 있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촛불혁명’의 성과로서는 너무나 초라하다”고 했다.

경향은 “촛불정신이 실종된 데는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책임이 크다”며 각종 민생 개혁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최저임금, 부동산 등 민생 정책에서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 29일 경향 사설
▲ 29일 경향 사설

한겨레는 사설 “‘촛불 2주년’ 의미 훼손하는 세력의 반동을 경계한다”에서 ‘촛불의 가치’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정농단 주범의 사법적 단죄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들을 복권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건 가증스럽다”며 보수 지식인 320인의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요구 선언, 박근혜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 부대 집회,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박정희 정신 찬양’ 발언 등의 흐름이 우려된다고 했다.

연일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의 가족채용 비율 문제를 다루는 중앙은 이날도 ‘무조건 노조탓’ 프레임이었다. 중앙 사설 “노조의 촛불, 진보단체의 촛불이 아니다”는 ”노조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랬더니 공기업에서 고용세습을 하다 들켜 청년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이나 민변 등의 주장을 촛불 민의로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공기업 가족 채용을 고용세습으로, 고용세습 책임을 민주노총으로 돌리는 중앙일보 논리엔 객관적 인과관계가 없다. 중앙은 그럼에도 ‘노조 탓’ 주장을 반복한다. 중앙 29일 6면 보도 “마사회도 고용세습 … 부인·조카를 ‘꿀알바’ 이어 정규직화”는 동일한 오류를 보여줬다.

▲ 29일 중앙일보 사설
▲ 29일 중앙일보 사설
▲ 29일 중앙일보 6면
▲ 29일 중앙일보 6면

한국마사회 비정규직 5518명은 지난 1월 정규직 전환됐다. 이중 99.6%(5496명)가 마권 발매원으로 경마가 열리는 주말에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다. 중앙은 “96명이 재직자 친인척으로 드러났다”며 고용세습 문제 심각성을 강조했다. 96명은 5496명의 1.7% 가량이다. 중앙은 “특혜가 의심된다”는 익명 제보자 주장은 들었지만 정황 근거는 들지 못했다.

계급 세습처럼 지목된 이 일자리는 주 15시간 전후 단시간 근무다. 이중에서도 주 15시간 일한 직원은 최대 80만원을 받는다. 중앙은 이 일자리에 “대학생 등으로부터 ‘꿀알바’로 꼽혔다. 임직원 친인척 상당수가 이런 자리의 정규직 전환 혜택을 봤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ILO(국제노동기구)가 정하고 헌법 상 규정된 노동권을 선택의 문제로 다뤘다. 동아는 ‘노동권이 확대되면 기업이 망한다’는 식의 왜곡된 관점을 재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확대했다.

▲ 29일 동아 6면
▲ 29일 동아 6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한국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난주 경사노위에 공식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ILO 핵심협약 8개 중 ‘노조활동 보장 협약(87, 98호)’과 ‘강제노동 금지 협약(29, 105호)’을 비준하지 않았다. 비준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는 경사노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87·98호 내용은 ‘노동자는 어떤 차별 없이 단체를 설립·가입할 수 있고 노조 가입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는 해고자·실업자·특수고용노동자 등의 노조 가입 권한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동아일보는 “관행적으로 매년 파업이 이뤄질 정도로 남용되는 단체교섭권 등에 대한 조정 없이 노조의 단결권이 확대 강화되면 기업 부담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노사가 성실 교섭하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려 들지 않는다. 노조는 교섭이 결렬돼야 파업권을 딸 수 있다. 동아는 사용자 책임·의무는 거론않고 ‘노조 파업=떼쓰기’로 그렸다.

▲ 29일 조선 2면
▲ 29일 조선 2면

조선일보는 회사와 교섭을 시작한 네이버 노조가 124개 요구사항을 내놨다고 문제 삼았다. 보통 단체협약 조항은 70~130개 사이다. “민노총 지휘 받는 네이버 노조, 요구사항만 124가지” 기사는 “사외 이사 추천권을 달라는 요구도 들어 있다. 또한 네이버가 이사회를 개최할 때는 노조에 사전 통보하고,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사전 설명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 노사 교섭이 결렬된 책임을 민주노총에 돌렸다. 조선은 “화섬식품 노조(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수뇌부가 협상에 교섭 위원으로 참여해 네이버 노조를 이끌기 때문”이라 했다. 네이버는 지난 18일까지 진행된 11차례 단체 교섭이 모두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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