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짜뉴스(허위정보)와 관련한 규제의 타당성 연구 결과를 받아보기 전에 ‘범정부 대책’부터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가짜뉴스(허위정보) 관련 연구과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가 위탁한 가짜뉴스와 관련한 정책개발 및 법·제도개선을 위한 연구과제가 현재 진행 중이다.

김종훈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허위정보의 인터넷상 유통이 확산됨에 따라 인터넷의 신뢰도가 저하돼 사회적 규제 및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지난 5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정책연구과제를 위탁했다. 방통위는 연구과제 결론을 “인터넷상 신뢰도 제고를 위한 법·제도개선 및 정책개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연구과제는 △불법유해정보 등 인터넷상 역기능 사례 및 현 제도 분석 △인터넷상 허위정보 등 관련 국내·외 규제 사례 분석을 통한 해외 규제 사례 연구 및 시사점 도출 △지능정보사회의 인터넷 신뢰도 제고방안, 정책방향 제언 등이 담겼다.

방통위의 가짜뉴스 대응은 통상적인 절차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방통위의 정책 개선 절차는 위탁 등을 통해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규제 적정성을 분석한 다음 대책을 마련하는 식이다. 그러나 지난 8일 방통위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라는 이름의 범정부 대책을 마련했다.

방통위가 작성한 범정부 대책 초안에는 △부처별 모니터링 담당관 지정 △불법유해정보 통신심의 강화 △임시조치 대상에 허위조작정보 추가 △허위조작정보에 광고수익 제한, 팩트체크 지원 등 사업자 자율규제 추진 등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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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례적인 행정에는 정부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 문제를 질타한 직후인 지난 4일 총리비서실 민정실장 주재로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인터넷 기업 등 유관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짜뉴스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비공개로 열었고 직후인 8일 범정부 대책 발표가 예정됐다. 방통위 공무원들은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문건을 급하게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구로 여야 추천으로 구성된 상임위원 간 논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방통위에 가짜뉴스 정책과 보완을 요구하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0일 논평을 내고 “방통위는 엄연히 법으로 독립성을 보장하는 독립위원회이다. 일반 독임제 부처처럼 대통령이나 총리가 일방적으로 지시와 명령을 내리고 이를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표현규제와 같이 고도의 전문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요구하는 사안에 관해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가짜뉴스’ 과잉규제 압박은 방통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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