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후보자 최종 3인에 오른 이정옥 후보는 지난해 공정방송 파업 이후 KBS가 진정 달라졌는지 되물었다. 이 후보는 27일 KBS 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책발표회에서 “지금 여러분은 KBS의 변화를 느끼고 있느냐, 뉴스를 신뢰할 수 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보고 계시느냐”고 반문했다. 양승동 현 사장 체제가 무너진 KBS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부터 142일간 공정방송을 쟁취하기 위한 파업을 했고 새 역사를 쓴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며 “지난 날의 부끄러운 모습을 반성하며 시청자를 위해 고품질 프로그램을 만들 여건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각종 설문조사를 보면 KBS의 성적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시사저널이 조사한 자료를 인용했다. 해당 조사를 보면 KBS는 지난해보다 신뢰도가 4%p, 영향력이 3.4%p 떨어졌다. 이 후보는 “KBS가 신뢰도 2위를 차지했는데 3위인 한겨레와 비교하면 지난해에는 5%p 차이였는데 올해는 0.9%p 차이로 사실상 순위도 의미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에는 KBS와 네이버의 격차가 8%p였는데 올해는 1%p로 근접했다”며 “장기파업의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데 신뢰도는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청률 성적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최근 6개월간 9시 뉴스 시청률이 15% 밑으로 떨어져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뉴스는 신뢰도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KBS 신뢰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며 “KBS 1TV와 2TV 모두 시청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파업 이후 제작자율성을 확보했을지 몰라도 자율성이 시민의 가치와 부합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 후보는 “시청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정기 여론조사를 듣고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사장이 될 경우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후보는 “특정 파벌에 치우친 인사로 균형을 잃었다면 앞으로 공평 정책을 펴겠다”며 “최근 언론노조 KBS본부 조사에서도 징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47%였다. 적폐청산은 철저하게 하되 상처는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투명과 책임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임원회의 의제를 사내망에 공개해 모든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외부에는 정보공개제도를 활성화하겠다”며 “비판받을 일이 있거나 오보를 내면 책임자가 즉시 직접 나와서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더 진정성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수익구조 방안도 제시했다. 이 후보는 현재 545만대 수상기에서 수신료를 징수하지 못하고 있는데 유료방송 사업자와 정보를 공유해 누락자를 찾아 추가 징수할 수 있다고 봤다. 이 후보에 따르면 절반만 징수해도 현재 KBS의 재정적자를 만회할 수 있다.
이 후보는 “KBS가 2016년 248억원 흑자, 지난해 564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8월 현재 441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연말까지 1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며 “부서별 비용이 지속 증가하는 등 자체절감 노력이 부족한 만큼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0여명의 시민자문단은 이날 3인 후보의 정책발표회를 보고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비전과 철학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신뢰성 강화방안 △경영능력과 리더십 △도덕성 등 4가지 심사기준으로 평가한다. KBS이사회는 시민자문단의 평가를 오는 31일 열리는 이사회 최종면접과 함께 반영해 최종 사장 후보자를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