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KBS 사장 후보자가 27일 KBS 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에서 KBS에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1987년 KBS 기자로 입사해 중국 상해 특파원, 해설위원 등을 지냈다. 박근혜정부에서 국제부장을 맡던 시절 사드배치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해설리포트 이후 방송문화연구소로 전보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문건에 요주 인물로 등장하는 등 그도 정권의 탄압을 받았지만 적폐청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후보는 이날 “지난 9년 (공정방송을 주장한 이들이) 좌파로 매도당하고 징계당하고 조직에서 배제되는 등 KBS가 대한민국 정치의 축소판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 김진수 KBS 사장 후보자는 KBS 내 양대 노조가 현 양승동 사장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을 보여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김진수 KBS 사장 후보자는 KBS 내 양대 노조가 현 양승동 사장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을 보여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설문조사를 보면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KBS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조합원이 80.2%에 달했다. 하지만 KBS노동조합의 경우 양 사장 연임 반대 여론이 86.6%로 나타났다.

김 후보는 두 양대노조의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현 회사 지도부는 언론노조 KBS본부 지지 위에 서있어서 결국 한 진영처럼 여겨지고 있고 다른 진영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며 “대립구도 속에서는 리더십이 바로 설 수 없다. 진영논리 극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생각하는 극복 방안은 뭘까. 그는 “언론 본연 궤도를 이탈한 구성원의 관용은 불가능하지만 파업을 하지 않았거나 과거 보직을 맡았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건 안 된다”며 “진영논리를 극복하는 게 지난 9년을 진정 극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진수 KBS 사장 후보자가 27일 KBS 열린 공개 정책설명회에서 자신의 비전을 말하고 있다.
▲ 김진수 KBS 사장 후보자가 27일 KBS 열린 공개 정책설명회에서 자신의 비전을 말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김 후보가 사장 출마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노조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양대 노조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줘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한쪽 진영의 인사가 사장이 돼선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9년을 기록하되 KBS를 통합할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력의 방송장악을 막기 위한 방안에 대해 김 후보는 “이미 존재하는 공정성·독립성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편성 제작의 독립 등을 논의하는 편성위원회, 노조가 참여하는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등을 강화하고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KBS에는 사장소환제가 없다”며 “독립성·공정성을 심하게 헤쳤을 때 구성원들 동의로 사장을 소환할 수 있다면 이것이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핵심제도”라고 주장했다.

170여명의 시민자문단은 이날 3인 후보의 정책발표회를 보고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비전과 철학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신뢰성 강화방안 △경영능력과 리더십 △도덕성 등 4가지 심사기준으로 평가한다. KBS이사회는 시민자문단의 평가를 오는 31일 열리는 이사회 최종면접과 함께 반영해 최종 사장 후보자를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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