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취임해 6개월간 KBS 사장을 맡았던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공약 20개 중 55%를 완성했고 40%는 진행 중”이라며 스스로를 100점 만점에 55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구성원 80%가 자신을 긍정 평가한 최근 설문조사를 인용해 “구성원들은 더 후하게 합격점을 줬다”며 연임에 자신감을 보였다.

KBS 사장 후보자 김진수·양승동·이정옥 등 3인은 27일 KBS 별관 스튜디오에서 각자의 정책을 발표했다. 양 후보는 이 자리에서 “6개월간 최선을 다했고 KBS 정상화의 기반을 조금 마련했다”며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고 자평했다.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27일 공개 정책발표회에서 사내 최대 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차기 사장 의지를 드러냈다.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27일 공개 정책발표회에서 사내 최대 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차기 사장 의지를 드러냈다.

양 후보는 “신뢰도 1위의 저널리즘을 회복하고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 믿고보는 KBS를 만들겠다”며 “스마트폰에서도 KBS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도록 편리한 공영미디어로 거듭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세계를 무대로 한류를 확산하고 한국인의 시각을 세계화해 세계적 공영방송으로 도약”하면서 “방만하다는 지적을 다시 받지 않도록 젊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후보는 재임기간의 공적을 강조했다. 그는 “취재·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탐사보도부와 미디어비평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지난 8월 한국기자협회 조사에서 신뢰도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2위로 한 계단 뛰어올랐는데 이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했다. 

또한 “과거 불공정방송에 대한 진상규명을 명확히 하려는 게 ‘진실과 미래위원회’ 출범 이유”라고 강조한 뒤 “지난 10월에는 방송사 최초로 성평등센터를 신설했다”며 “성차별을 개선하고 뉴스·프로그램에도 녹아들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독립제작자 처우 개선 문제도 거론했다. 양 후보는 “비정규직 스태프·독립제작자와 협업이 필요한데 KBS는 여기에 소극적이었다”며 “이를 바꾸기 위해 지난 8월 계약직 직원 250여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했고, 작가 표준계약서를 체결해 다음주 월요일(29일)부터 700여명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제작자와 외부 스태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고용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KBS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수긍했다. 양 후보는 “3년간 디지털 시설·제작비 규모를 3배로 늘리고 개발자·디자이너 등 디지털 직종을 만들겠다”며 “다양한 국내 사업자와 협업해 한국형 넷플릭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KBS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더 큰 그림을 봐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넷플릭스에서는 거대 자본이 투자한 콘텐츠가 주로 살아남는데 이 경우 콘텐츠 다양성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KBS가 한국형 넷플릭스를 주도하겠다는 생각이다.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27일 KBS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서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27일 KBS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서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혁신을 약속했다. 양 후보는 “KBS는 지난 2년간 제작비 1200억원을 삭감했는데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졌고 유능한 PD 수십명이 회사를 떠났다”며 “올해 하반기 제작비 300억원을 긴급 투입했는데 드라마·예능 투자를 강화해 수익을 늘린 뒤 다시 제작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조직개편도 필수다. 양 후보는 “간부들 업무추진비를 20% 삭감하고 불필요한 사업을 없애는 등 올해 200억원 긴축에 돌입했다”며 “임시로 조직개편을 해 콘텐츠 조직의 예산과 기획 자율성을 확보했는데 내년에 더 조직개편을 진행해 일 중심의 조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그는 이번 인사에서 상위직급 승진을 유보했으며 향후엔 상위 직급을 축소·폐지하겠다고 밝혔다.

170여명의 시민자문단은 이날 3인 후보의 정책발표회를 보고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비전과 철학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신뢰성 강화방안 △경영능력과 리더십 △도덕성 등 4가지 심사기준으로 평가한다. KBS이사회는 시민자문단의 평가를 오는 31일 열리는 이사회 최종면접과 함께 반영해 최종 사장 후보자를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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