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증여세 탈루 의혹과 가족 위장전입 등 도덕성 검증이 집중 이뤄진 가운데 환경정책에 관한 소신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에 결정적 가늠자 역할을 해왔던 정의당도 조 후보자가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기준에서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환경문제에 정책과 소신과 능력도 판단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환노위 소속의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전남 신안 흑산도 공항 건설과 전북 새만금 개발 등과 관련해 이 후보자의 답변이 “너무 모호하다”면서 “하나 마나 한 답변을 한 점에 대해 너무 놀라웠다”고 질타했다.

이정미 의원은 “흑산도 공항 관련해 많은 시민단체와 국회 안에서도 우려가 크다. 유독 현 정부는 이전 정부의 여러 개발 정책은 전부 재검토하면서 이 정부에서 낸 개발 정책은 흔들림 없이 간다”면서 “환경부 장관으로서 이전 정권, 현 정권 상관없이 환경정책이라는 기준으로 소신 있게 임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이어 새만금 개발과 관련해서도 “워낙 많은 돈을 쏟아 부어서 새만금 전문가들도 원상복구 하라고까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매립 상황을 일단 중단하고 해수 유통 과정을 통해 더는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의견을 검토해본 적 있느냐”고 질의했다.

조 후보자는 흑산도 공항 건설 갈등에 “환경부가 가진 책임과 권한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고, 새만금 개발 관련해선 “내가 아직 취임을 안 해 적극 검토한 바가 없다. 내가 장관이 되면 여러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확인 안 됐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후보자가 환경 쪽에서 굉장히 오래 일했고 그에 대한 소신으로 후보자에 임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중요한 환경정책과 관련해 아무 입장이 없다는 게 뭐냐”면서 “나는 위장전입보다 이게 더 놀라운 사실”이라고 분개했다.

이 의원은 “평생을 환경과 관련해 일했던 분이 새만금·흑산도처럼 굉장히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어떤 답변도 못 하는 게 장관으로서 올바른 태도냐”며 “그렇게 답변하고 나중에 정부가 하자는 대로 다 하는 장관들만 내가 봐 왔다. 장관으로서 정책적 소신과 능력이 있다고 보여줘야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찬성할 것 아니냐”고 나무랐다. 이에 조 후보자는 “책임과 소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한편 이날 조 후보자는 “장남의 강남 8학군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 질문에 “장남은 나와 함께 영국에서 생활하다 입국해 초등학교 5학년 때 입학을 했는데 폭력과 체벌에 적응하지 못해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친구가 있는 곳으로 전입을 했다”며 “아들만 생각하고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서면 답변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캠프에서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고 한 점에 대해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교수·지식인 지지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2016년 박 시장의 외곽 조직인 ‘희망새물결’ 상임대표도 했다”며 “2012년 민주당 대선자문위원을 맡았다고 본인이 썼고, 2016년 이해찬 의원 선대본부도 참가했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내가 기억 잘 못 해 답변을 잘못한 점은 사과한다. 지금 자료들을 보니 기억이 난다”고 답했지만, 임 의원은 “박원순 시장을 쭉 지지했음에도 본인은 아니라고 위증하는 등 종합적으로 봤을 때 위증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물어본 결과 공직선거법상 정부 출연 기관 기관장 및 임원이 선거기간과 상관없이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자기의사 표명은 가능하다”며 “조 후보자가 (언론 인터뷰나 SNS를 통해)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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