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재승인 이후 세 번째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를 받았다. 연말까지 TV조선이 관련 법정제재를 2건 더 받으면 재승인 조건 위반이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강진 살인사건을 다루면서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내용을 내보낸 지난 6월25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 중징계인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이날 ‘신통방통’은 피해자가 살해당한 배경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조교제’ ‘몸캠’ 등 사안과 무관한 내용을 언급해 문제가 됐다. 방송에서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이렇게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 원조교제가 있다든지, 아니면 몸캠이라고 해서 야외에서 누드사진 같은 것을 찍어 웹사이트나 이런 데 올려 금품을 얻어내거나”라고 추정했다.

▲ TV조선 사옥.
▲ TV조선 사옥.

진행자인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문제 발언을 제지하기는커녕 패널에게 “50대 용의자가 ‘내가 여고생 하나를 데리고 가는데 너하고 나하고 이 여고생을 어찌어찌 좀 성폭행을’ ‘그다음에 어떻게 하자’ 이랬을 가능성까지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오히려 자극적 대답을 유도하는 듯한 질문이다.

지난달 방송을 1차 심의하는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는 다수결로 법정제재를 건의하면서도 그 사유에 ‘품위유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전체회의에서 ‘품위유지’ 조항 적용이 추진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품위유지는 재승인 조건인 오보·막말·편파방송에 해당되는 조항으로 적용 여부에 따라 TV조선의 재승인 조건에 반영되는 제재 숫자가 달라진다.

방송소위 소속이 아닌 김재영 위원은 “품위유지 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며 제외했는데,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번 심의 안건에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상현 위원장 역시 “품위유지 조항이 빠질 이유가 있나. 조항 자체만 놓고 보면 모든 조항이 추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과 방송소위 소속 허미숙 부위원장, 윤정주 위원도 품위유지 조항 적용에 찬성했다.

반면 심영섭 위원은 제재 수위 ‘주의’에 동의하면서도 정부여당 추천 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포괄적인 규정”이라며 “품위유지 조항 적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은 품위유지 조항을 넣으려면 심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형적인 독소조항이다. 위원들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며 “TV조선이라서 품위유지 조항을 넣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격론 끝에 다수결로 ‘품위유지’가 포함된 ‘주의’가 결정됐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 가운데 5인(강상현, 허미숙, 윤정주, 이소영, 김재영)이 ‘품위유지’가 포함된 ‘주의’를, 1인(심영섭)이 ‘품위유지’가 제외된 ‘주의’를, 야권 추천 위원 3인은 법정제재 및 품위유지 조항 적용에 반대했다.

▲ 2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2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품위유지’ 조항은 악용된 전례가 있다. MBC ‘무한도전’이 방귀를 뀌는 모습을 자막으로 강조하고, 베개싸움 등 가학적 내용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품위유지’ 위반 제재를 여러 차례 받았다. 2011년 국정감사에서 전병헌 당시 민주당 의원은 “‘무한도전’은 모든 제재의 이유로 품위유지가 등장한다”며 “이 조항은 모든 프로그램에 적용될 수 있는 말 그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지적했다.

TV조선이 올해 내에 법정제재 5건을 받더라도 재승인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재승인 조건을 위반하면 방통위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6개월 내 또 다시 법정제재 4건 이상을 받아야 ‘업무정지’를 결정한다. 이후 또 다시 위반행위가 발생하면 ‘청문 절차’를 거쳐 재승인 취소를 논의하게 된다. 

[관련기사: [단독]종편 재승인, 법정제재 4건 넘어도 소송 걸면 무력화?]

더구나 종편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재승인 조건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는 과거 방송사 재승인 때 소송 중인 사항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시정명령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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