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한 일부 언론사들이 입사지원서에 지원자 부모의 ‘스펙’ 기재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지난 6월 이후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시행한 한국경제(신문, TV)와 MBN, 뉴스1, 국민일보, 머니투데이 더벨, BBS 불교방송, UPI 뉴스 등이 신입사원 채용 지원자들에게 부모 정보를 요구했다.

▲ 사진=이우림 기자
▲ 사진=이우림 기자

이들 언론사 가운데 요구한 정보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경제(신문, TV)와 뉴스1으로 지원자 부모의 성명, 생년월일, 학력, 직업, 직장명, 직위 등 개인정보부터 지원자와 부모의 동거 및 부양여부 항목이 입사지원서에 포함됐다. MBN은 부모의 성명, 생년월일, 학력, 직업 및 직위, 동거여부, 국민일보와 UPI뉴스는 부모의 성명, 연령, 직업을 물었다.

해당 언론사 채용에 응시한 지원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관련 항목을 채웠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지원자로서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는데 고민 끝에 쓸 수밖에 없었다”며 “언론사 입사 준비생끼리 모여 부모님 직업이 부장판사나 국회의원 정도 되면 빼먹지 않고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우에는 (합격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고민 끝에 부모 관련 정보를 입력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쓴 적이 있다고 고백한 지원자도 있다. B씨는 “언론사 입사에 지원한 지 3년째인데 아직도 부모 정보를 요구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았다. 억하심정에 올해 모 회사 지원 때는 아버지를 건설사 대표, 어머니는 대학 강사라고 거짓말했다”며 “전형적인 ‘채용 갑질’이고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 지망생 C씨는 “뉴스1에 지원하려다 기분 나빠서 지원하지 않았다”며 “공기업과 대기업도 모두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 사회 현안에 민감해야 하는 기자를 뽑는 언론사가 필요 이상의 정보를 묻는 것을 단순히 넘겨선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 올해 하반기 뉴스1 입사지원서 캡처. 사진=제보
▲ 올해 하반기 뉴스1 입사지원서 캡처. 사진=제보

지원 자격과 관련 없는 가족 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채용 행태는 이미 수차례 문제로 지적돼왔다. 동아미디어그룹의 경우 지난 5월 채용 연계형 인턴을 모집하는 입사지원서에 부모 정보 관련 항목을 넣어 비판을 받은 뒤, 7월 공개 채용부터 관련 항목을 삭제했다. 10월인 현재 공채를 진행 중인 KBS, JTBC, 뉴시스 입사지원서에도 부모의 정보를 써야 하는 항목은 없다.

여전히 지원자 부모의 정보를 요구하는 언론사들의 의중은 무엇일까. 뉴스1 측은 “별 뜻 없었다. 사람인에 맡겨 채용을 진행하는데 검토를 신중하게 못 했다. 내년부터는 쓰지 않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국민일보 관계자 역시 “내년에는 없앨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MBN의 경우 “회사마다 기준이 있다”며 “지금은 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지원자의 부모 관련 정보 요구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 다만 고용정책기본법은 근로자 모집·채용 과정에서 성별과 사회적 신분, 학력 등을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며, 고용노동부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족사항 관련 내용을 묻지 않는 표준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양식을 권장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채용이나 입학에 있어서 당사자의 능력과 상관없는 부분을 묻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지석만 노무사(노무법인 노동119)는 “사회적 분위기 및 인재 발굴의 적극적인 차원에서 볼 때 가족사항 등 기재를 최대한 지양하고 지원자 개인의 역량 자체에 집중하는 채용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차별을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언론사에서 이렇게 부당한 차별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채용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이런 식으로 채용을 진행하면서 대기업이나 다른 회사의 부조리함을 지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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