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사정위원회 후신) 참여 여부를 결정할 대의원대회가 참석 부족으로 개회선언도 못하고 무산되자 민주노총 없이 경사노위를 우선 출범하자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설득에 실패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안건을 직권상정까지 했으나 정족수도 채우지 못해 추진 동력을 잃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오후 7시30분 강원 영월 동강시스타에서 경사노위 참여 결정을 결정하는 67차 임시 정책대의원대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그 시간까지 대의원 535명만 참석해 정원 1135명의 과반 569명을 넘지 못했다.

▲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오후 7시30분 강원 영월 동강시스타에서 경사노위 참여 결정을 결정하는 67차 임시 정책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사진=노동과세계
▲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오후 7시30분 강원 영월 동강시스타에서 경사노위 참여 결정을 결정하는 67차 임시 정책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사진=노동과세계

다음 대의원대회는 내년 2월로 예정돼 있어 그때까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결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 내부에서는 민주노총 없이 우선 출범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참여를 바라면서도 경사노위 출범을 무작정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을 포함,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도 늦어도 10월 내 참가결정을 해야 한다고 민주노총에 촉구해왔다.

유보·반대 팽팽, 내부 설득 못한 민주노총 지도부

정족수 미달로 대회가 무산되자 경사노위 참여를 적극 주장해온 민주노총 현 지도부는 큰 타격을 입었다. 민주노총 내부 설득에 실패한 김명환 위원장이 직권으로 안건을 대의원대회에 올렸으나 대의원 절반도 대회에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내부는 참가를 원하는 지도부와 유보·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날 대회에도 유보·반대 입장을 중심으로 두어 개의 수정안 발의가 준비돼 있었다.

유보 의견 그룹은 사회적 대화 기구는 필요하지만 이번 대의원대회 안건 상정에는 반대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지도력이 취약하고 경사노위 참여 건에 내부 입장이 뚜렷하게 갈려 구심력만 해칠 거라는 예상에서다. 

반대 그룹은 대의원 101명을 중심으로 현장간부 184명, 조합원 451명 연명을 받아 경사노위 참가 반대 입장서를 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사노위가 과거 정리해고·파견법 등을 통과시킨 노사정위와 구조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법(산입범위 개악) 일방 개정, 공공부문 정규직화 파행, 규제프리존법 통과 등을 보면 노사정위 복귀 시기도 적절치 않은데다 형식적 협의를 통해 타협·양보만 강요받을 것이란게 요지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경사노위 건이 핵심안건임에도 불구하고 심도깊은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도부는 지난 9월 중앙집행위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 상정을 꺼내면서 입장해설·분석 자료 등을 제시하지 않았다. 중앙집행위는 지난 10일 회의에서 관련 자료를 처음 검토했고 이번 대의원대회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 잡혔다. 이 과정에서 안건의 의미와 중요성 등이 대의원에게 제대로 설득될 리 만무했다는 지적이다. 참석자 부족도 비슷한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명환 위원장은 “유회와 관련 집행부 노력이 부족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총파업을 앞두고 대의원대회 성사시키는 것이 지도부의 몫이었으나 치열한 토론과 힘 있는 결정하지 못했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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