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노조가 가족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세습했다”는 조선일보·중앙일보 보도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비약적으로 재구성한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는 해당 언론사에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준비 중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16일자 1면 지면기사 “아들·딸·며느리까지 교통공사 신고용세습”에서 “서울교통공사 일부 직원의 자녀·형제 등이 채용 절차가 간단한 무기계약직으로 먼저 입사해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됐다”며 “신종 일자리 대물림”이라 지적했다. 중앙은 “감사원은 채용 비리가 있었는지 대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도 썼다.

▲ 17일 조선일보 1면
▲ 17일 조선일보 1면
▲ 16일 중앙일보 1면
▲ 16일 중앙일보 1면

조선일보도 다음날인 17일자 1면 지면기사 “고용 세습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경영진 목까지 졸랐다”며 중앙과 동일한 논조를 보였다. 조선은 8면 연결기사 제목을 “‘무기계약직 들어가면 곧 정규직 되니 친인척 입사 독려하라’ 소문 돌아”로 달았다. 조선은 또한 노사 협상 중 노조 간부가 공사 측 교섭위원 멱살을 쥐는 사진을 첨부했다.

확인된 사실은 2016년 정규직화 과정에서 정규직 채용된 비정규직 수와 이들 중 기존 정직원의 친·인척 수, 두 가지다. 지난 3월 무기계약직 중 1285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됐고 그 중 8.4% 가량인 108명이 재직자의 자녀·형제·배우자·부모·형수 등 2촌·3~5촌 인척·며느리 등이었다. 108명 중 65명은 정규직화가 진행된 후인 5월에 입사했다.

조선·중앙은 이 수치를 ‘소문’과 결합해 ‘고용세습’이라 규정했다. “노조가 ‘이번에 무기직으로 들어오면 곧 정규직이 되니 지원하라’고 독려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당시 비정규직들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보도는 ‘노조의 권력형 비리’와 ‘공공부문 정규직화’ 질타로 끝맺었다. 조선은 “정부, 지자체, 노조가 합작한 권력형 비리”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자유한국당 논평을 비중있게 실었다. 중앙도 “감사원이 정규직 전환 비리 유무에 대대적 조사를 나서야 한다”는 한국당 의원 발언을 강조했다.

그러나 비리·세습을 드러낸 객관적 증거는 없다. 비리 규정은 정규직원 친·인척 채용지원자에게만 가산점 등 혜택이 불공정하게 주어졌는지 정황이 확인돼야 가능하다. 채용 책임자인 서울교통공사가 정규직원 친·인척 여부를 어떻게 확인했는지, 노조가 함께 주도했는지 등도 보도엔 언급되지 않았다.

조선·중앙은 ‘무기직 입사하면 곧 정규직화 된다’는 당시 소문을 근거로 댔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화는 구의역 참사 수습책으로 전 사회에 알려진 사실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17일 성명을 내 “서울시의 방침이 발표됨에 따라 현장에서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겠구나’란 말이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외부에도 모두 공개된 내용이었습니다”며 “그런데 노동조합이 무슨 비밀정보를 캐냈다느니, 재직자들에게 가족들의 무기 계약직 입사를 조직적으로 독려했다는 일부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노동조합을 모함하기 위한 악의적 보도다”고 반박했다.

서울교통공사 정직원 규모는 1만5천여 명이다. 조선·중앙이 고용세습 근거로 댄 비율은 108명인 0.72%다. 새로 정규직화된 1285명을 적용하면 8.5% 수준이다. 교통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정규직 친·인척 직원은 구의역 참사 이전부터 있었다. 채용에 지원한 전체 친·인척 중 대다수가 합격을 했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노조간부의 ‘멱살잡이’ 사진은 정규직화 논의와 무관한 장면이다. 당시 단체교섭은 △서울지하철노조(1~4호선) △서울도시철도노조(5~8호선) △서울메트로노조 등 3개 노조와 공사 간 4자 협의로 이뤄졌다. 단체협약 최종 서명 자리에서 서울도시철도노조 측이 이견을 제시했고, 공사 측이 이를 강행하려 하자 ‘위원장 독단으로 임단협 체결을 하지말라’며 노조 관계자가 물리력을 행사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문제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언론중재위 제소를 준비 중이다. 노조는 “비리가 있었다면 조사와 수사를 통해 밝히면 되는 문제다. 그런데 언론이든 정당이든 팩트에 기초하지 않고 악의적 목적에 따라 추측성 보도를 내보내고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가지고 마치 노조가 비리와 관련된 것처럼 운운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한 “정부, 지자체, 민주노총이 관여한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라는 규정 역시 전형적인 정치공세이며 민주노조 죽이기다.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등 법적조치를 검토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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