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지난 15일 ‘탈북민 출신’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에게 남북고위급회담 취재 불허를 통보해 논란을 부른 가운데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정부 조치를 “언론 자유 침해”라고 비판하면서도 “정부와 협조하는 신중함”을 강조해 주목된다.

정부는 이날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재하려던 공동취재단 소속 김 기자의 판문점 출입을 불허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남측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판문점의 지역적 특성, 남북고위급회담이라는 성격, 상당히 제한된 인원이 조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했다”며 “언론사에 다른 분이 가는 걸 요청했고 그게 조율이 잘 안 된 상황에서 김 기자는 풀단에서 제외하는 걸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16일자 사설.
▲ 조선일보 16일자 사설.
이날 통일부 기자단은 성명을 통해 “북한이 과거 입맛에 맞지 않는 남측 취재진의 방북을 불허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남측 지역에서 진행되는 남북회담에 통일부가 선제적으로 특정 기자를 배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북한이 탈북민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바탕으로 김 기자의 취재에 반발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통일부가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취재진의 출신을 문제 삼는 것은 북측의 월권’이라고 부당함을 지적하면 될 일이지 정당한 취재 활동을 막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기자단은 조 장관에게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한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16일자 사설에서 “북 눈치 살피는 정도가 거의 ‘심기 경호’ 수준”이라며 “정부가 언론 자유와 직업 수행 자유의 기본 원칙을 허물며 북의 비위를 맞추다 보면 북에 나쁜 메시지를 주고 인권 유린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박준동)가 16일 발행한 노보는 조선일보 사설과 논조가 다르다. 

노조는 “(조명균 장관은) 북한에 조그마한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특정 언론인이나 언론사를 취재에서 제외하는 방식은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면서도 “언론 자유 침해 상황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언론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평화체제 구축이 험난한 시대적 과제이기에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언론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정부를 비판함과 동시에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를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노조는 “비정상적인 북한을 협상을 통해 정상국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배려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준으로는 언론 자유가 공기처럼 당연하지만 북한엔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문제”라며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남북회담 취재에 탈북민 출신 기자를 보내는 것이 협상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이번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취지다.

▲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노조는 “외교 전략으로 북한 협상파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모든 면에서 우월한 한국이 김정은보다도 협량할 이유가 없다. 눈치 본다고 폄하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정부가 탈북민 출신 기자 취재를 불허한 것을 북한에 대한 배려로 본 것이다.

노조는 “과거 정권 시절 본지는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정파를 떠나 초당적으로 정부를 신뢰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물론 무조건 지지한다면 언론이 아니고 적정한 비판은 협상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서조차 정부와 언론이 서로를 존중하지도 협조하지도 못한다면 북한을 상대로 무슨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자들로 구성된 조선일보 노조 조합원 수는 207명이다. 평기자 다수가 가입돼 있다. 박준동 노조위원장은 한국기자협회 조선일보지회장이기도 하다. 노조 측은 노보 내용과 생각이 다를 조합원들을 고려해 따로 성명을 내는 방식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고 했다.

박준동 위원장 집행부의 조선일보 노조는 △처우가 열악한 사내 비정규직과 연대 호소 △임직원 임금 상승에 비해 과도한 사주 배당금 문제 비판 △언론사 세습 문제 지적 △노동 시간 단축 필요성 강조 △회사의 노조 교섭 불성실 비판 △‘뇌물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자사 옹호 보도 비판 등 사내 경영진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래는 정부의 조선일보 기자 취재 불허에 대한 16일자 조선일보 노보 전문.

 정부, 北배려하듯 언론도 존중해야

탈북민 본지 기자에 대한 판문점 남북회담 취재 불허는 부당

언론도 민감한 대외관계에서는 정부와 협조하는 신중함 필요

통일부는 15일 남북고위급회담 취재를 하기로 했던 본지 김명성 기자에게 취재 불허를 통보했다. 김명성 기자는 탈북민 출신으로 2013년부터 통일부를 출입해왔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남측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판문점의 지역적 특성, 남북고위급회담이라는 성격, 상당히 제한된 인원이 조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했다”며 “언론사에 다른 분이 가는 거로 요청을 했고 그게 조율이 잘 안 된 상황에서 김 기자는 풀단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북한에 조그마한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특정 언론인이나 언론사를 취재에서 제외하는 방식은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비판적인 언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협조 요청을 했다고는 해도 끝까지 기자단과 해당 언론인의 판단을 존중했어야 했다. 협조가 안 됐을 때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요청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번 일로 인해 앞으로 대북 취재에서 정부가 언론인을 선별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줬다는 점이다. 남쪽의 자유로운 언론환경을 이해시키는 것도 북한을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 적응케 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정부가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그럼에도 언론자유 침해 상황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언론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평화체제 구축이 험난한 시대적 과제이기에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언론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정부를 비판함과 동시에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를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과 미국을 상대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판이 깨졌을 때 대안은 불안한 대치 상태의 지속이거나 전쟁뿐이다. 미국은 핵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폭격도 불사하겠지만 우리로서는 핵무장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

비정상적인 북한을 협상을 통해 정상국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배려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준으로는 언론자유가 공기처럼 당연하지만 북한엔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문제다.

탈북민은 존재 자체가 남한의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우위를 입증한다. 북한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실향민과 탈북자, 그리고 연평도 주민들이 이번 회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봤다”며 탈북민을 직접 언급할 정도로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다. 그러나 북한에도 판을 깨려는 호전적 세력이 있다.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남북회담 취재에 탈북민 출신 기자를 보내는 것이 협상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교 전략으로 북한 협상파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한국이 김정은보다도 협량할 이유가 없다. 눈치 본다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과거 정권 시절 본지는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정파를 떠나 초당적으로 정부를 신뢰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무조건 지지한다면 언론이 아니고 적정한 비판은 협상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서조차 정부와 언론이 서로를 존중하지도 협조하지도 못한다면 북한을 상대로 무슨 성과를 낼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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