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자사 탈북민 출신 기자의 남북고위급 회담 취재 불허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통일부의 설명과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 엇갈린다.

통일부는 15일 “조선일보가 풀 취재 기자를 김명성 기자에서 다른 기자로 변경하지 않으면 통일부는 풀 취재단에서 조선일보를 배제할 방침”이라고 통보했고, 이날 통일부 출입기자단 규정에 따라 남북고위급회담 풀 취재를 맡았던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는 취재 불허를 당했다.

조선일보는 남북고위급회담 장소인 판문점 남한 지역 평화의집으로 출발하기 1시간 전인 오전 6시30분께 통일부가 출입기자단에 김명성 기자 취재불허를 일방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갑작스런 일방 통보를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6일자 1면 기사에 이어 2면 기사에서도 “통일부는 이날 오전 6시30분쯤 회담 대표단과 풀 취재단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나서기 직전 ‘조선일보에서 풀 취재 기자를 다른 기자로 변경하지 않으면 통일부는 김 기자를 풀 취재단에서 배제할 방침’이라고 기자단에 통보했다. 대표단과 취재진이 판문점으로 향하기 약 한 시간 전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당시 김 기자는 택시를 타고 남북회담본부로 이동하다가 ‘배제’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보도는 표면상 사실이지만 의도적으로 적극 밝히지 않은 사실이 있다. 남북고위급회담 전날인 14일 통일부는 조선일보에 김명성 기자가 풀 취재시 돌발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공지하고 기자 교체를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남북고위급 회담 당일 기자 교체 요청과 풀 취재단 배제 방침 내용을 예고 없이 갑자기 전달받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통일부 관계자는 “고위급회담 전날 여러 차례 돌발상황 우려 등을 전하면서 김명성 기자의 풀 취재단 교체를 요구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명성 기자의 취재 불허 통보는 15일 최종 이뤄졌지만, 조선일보 편집국은 전날인 14일 충분히 통일부의 입장을 전달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갑작스레 일방통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지만 14일 통일부가 조선일보에 기자 교체를 요청한 배경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앞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앞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다만, 조선일보는 2면 기사에서 “통일부는 전날 기자단을 통해 김 기자의 풀 기자 교체를 조선일보사에 요구했으나 협조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며 “그러나 취재기자로 누구를 보낼지는 전적으로 언론사 결정사항이라는 게 기자단과 전문가 의견”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전날 오후 갑자기 취재기자 교체를 요구하더니 이날 아침 취재단 4명에서 김 기자만 제외한다고 일방 통보했다”고만 언급했다.

이번 취재 불허 방침에 대한 통일부의 결정이 비판받을 소지는 높다. 북한 고위급 인사가 제한된 공간에서 탈북민 출신 김 기자를 인지해 돌발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는 통일부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조선일보 주장대로 풀 취재단에 어떤 기자를 보낼지 판단하는 결정 권한은 언론이 가지고 있기에 기자 교체 요청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통일부가 회담 전날까지 기자 교체 요청을 수차례 했고,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김명성 기자를 풀 취재단에서 베재시키겠다고 통보를 받았다는 것과 ‘기자 교체를 요구하더니 김 기자를 제외한다고 일방 통보’한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북측에 부정적인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들어 통일부의 취재 불허 방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 통일부가 여러차례 기자 교체를 요청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괜한 오해와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박두식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통일부 당국자로부터 14일 기자 교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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