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사업 계약직 직원입니다. 동료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혔어요. 저는 그 대리자로 가해자를 내부 제보했습니다. 가해자의 상사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는데, 그는 곧바로 이를 가해자에게 알렸습니다. 피해자는 내부 고발 이후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고, 저는 사내에서 투명인간이 됐습니다.

#공사(공공기관) 기간제 노동자입니다. ‘재계약을 해줄까, 말까?’ ‘1명 줄여야 하는데 ○○씨 자를까, △△씨 자를까?’ 직속 상사의 갑질을 겪다 부장을 찾아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스스로 비참한 생각이 드니 시정해 주십사 하고요. 부장은 제 얘기를 그에게 그대로 전했습니다. 이후 저는 정규직 전환에서 유일하게 탈락했습니다.

#동료가 상사 비리를 감사원에 제보하고 퇴사했습니다. 법인카드 지출과 출장 비리였지요. 그가 관련 자료를 제게 참조해 보냈다는 이유로 저는 공모 누명을 썼습니다. 비밀누설 혐의로 직무정지되고 형사고발까지 당했습니다. 이후 정규직 전환 불가 통보를 받았죠. 이의 신청하자 다시 불가 통보받았습니다.

위 사례들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관 내 비리를 고발한 뒤 불이익을 당한 사례 가운데 일부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부처 내 ‘갑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 7월5일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공공기관 내 갑질은 여전히 심각하다. 갑질은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향했으며, 특히 이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가하는 갑질 행태가 만연했다.

▲ 지난 7월8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공공부문 갑질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우리 사회의 못난 갑질은 이제 세계적 수치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 7월8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공공부문 갑질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우리 사회의 못난 갑질은 이제 세계적 수치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민중의소리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14일 공공기관 갑질 사례들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접수한 사례 가운데 이름을 밝힌 제보 141건을 분석한 결과, 계약직이나 용역파견과 같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향한 갑질이 65%(91건)였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한 갑질이 많아서 관련 제보도 많았다”고 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논의기구인 기간제 전환심의위원회가 노동자를 배제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단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추진 과정에서 업무의 성격이 아니라 개별 노동자가 평가자 마음에 드는지를 평가했다는 제보가 많았다”고 했다.

갑질을 신고하거나 민원을 제기했다 보복성 불이익을 당한 제보 중에서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았다. 직장갑질119가 소개한 6건의 보복성 갑질 가운데 4건이 비정규직 노동자 사례였다.

▲ 국민신문고 갑질피해민원 사이트 갈무리
▲ 국민신문고 갑질피해민원 사이트 갈무리

정부는 지난 7월 ‘범정부 갑질 신고센터’와 전담 직원을 운영하고 카카오톡 익명 신고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갑질 근절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직장갑질119는 “범정부 차원 갑질근절 대책에도 공공부문 현장에서는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과 비정규직 직원을 향해 심각한 갑질이 벌어진다”며 “갑질은 어렵게 용기를 내 신고 하거나 피해자를 도왔다는 이유로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기관이 갑질 제보나 공익신고를 받는데도,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익명을 보장해주지 않아서”라며 “제보자를 철저히 보호하고 가해자가 보복성 불이익을 줬을 경우 해임 등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민간단체에 들어온 제보를 특별조사해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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