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주노총 조합원은 83만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2년 전보다 10만여명 증가했다. 계기는 ‘박근혜 정부 탄핵 촛불집회’다. 노동상담 건수가 급증하는 등 직장 내 민주화를 바라는 행동이 늘었다. 긍정 신호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고민이 더 깊다. ‘이 흐름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더 많은 비정규직·중소기업·특수고용 노동자 노조 설립”이 답으로 제시됐다. 노조 활동가들은 13일 오후 열린 ‘2018 한국사회포럼’ 중 ‘촛불 이후 노동자의 새로운 조직화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행사엔 ‘직장갑질119’, 파리바게트 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보육교사노조(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등 생소한 노조와 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 10월13일 오후 ‘2018 한국사회포럼’ 중 ‘촛불 이후 노동자의 새로운 조직화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가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열렸다. 사진=변백선 '노동과 세계' 기자
▲ 10월13일 오후 ‘2018 한국사회포럼’ 중 ‘촛불 이후 노동자의 새로운 조직화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가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열렸다. 사진=변백선 '노동과 세계' 기자

22개월 간 10만명, 1개월 당 4500명 가입

민주노총 집계결과 2017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총 7만6447명이 노조에 새로 가입했다. 민주노총은 이후 5~9월 가입자까지 합하면 총 10만여명이 늘었다고 봤다. 5월부터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IT업계에서 노조가 연이어 생겼고 포스코 등 대기업 노조도 설립됐다. 민주노총 산하의 공공운수노조에만 5~8월 간 조합원이 1만3천 명 늘었다.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노동자 가입 비중도 점차 커졌다. 신생노조 184개 중 비정규직 노동자수가 38.5%를 차지했다. 공공운수노조 신규 조합원 3만3244명 중 2만944명(약 63%)이 비정규직이었다. 대학노조는 18개 사업장 중 무기계약직과 외주용역 신규가입 노동자가 50%에 달했다. 조합원수가 확인된 72개 노조 중 58개가 100인 미만 규모 회사였다.

노동권에 대한 관심은 다른 지표로도 확인된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직장갑질’을 검색하면 2016년 3분기엔 관련 웹페이지 114건이 나왔지만 2017년 3분기엔 879건이 나왔다. 8배 늘었다”고 말했다. 김석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은 “촛불 이전엔 민주노총이 받는 전화 80%가 ‘왜 파업하냐’를 따졌다. 촛불 후엔 상당수가 노조가입 문의 전화였다”고 했다.

시민들 인식변화와 노동운동의 노력이 주 원인으로 꼽혔다. 시민들이 저항운동으로 직접 정권 교체를 이뤄내면서 ‘내가 움직여야 변화가 생긴다’는 인식이 퍼졌다. 직장인 익명 상담 카톡방 직장갑질119는 1년간 상담 2만여건을 접수했다. 오 활동가는 “예전엔 아예 갑질인지 몰랐거나 알면서도 참았다면 이제 사람들이 스스로 바꿔보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이 직장갑질119 참여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 토론회 발제자를 맡은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위원. 사진=변백선 '노동과 세계' 기자
▲ 토론회 발제자를 맡은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위원. 사진=변백선 '노동과 세계' 기자

“이 흐름 곧 끝날 수 있다… 준비 필요”

김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은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화를 기대한 사람들이 촛불 이후 정권에서도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곧 올 거고 그 때가 이 시기의 임계점”이라는 것이다. 현재 노조 가입확대는 노동단체가 주도했다고 볼 수 없고, 보수언론이 확산시킨 노조 색깔론도 여전히 팽배한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노동단체 활동가들은 보완책은 “취약계층인 중소기업·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 노조 가입확대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사회구조적 문제인 사회 불평등 해소는 취약계층의 삶을 끌어올려야만 변화가 가능하며 노동조합 조직이 그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김석 실장은 “민주노총에 대한 동의도 점점 감소하고 ‘민주노총=고임금 정규직 노조’라는 흑색선전도 여전한데 이를 해소할 방법도 된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총파업이냐, 사회적교섭이냐’를 놓고 논쟁하는데 둘 다 아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1월 총파업 단행을 예고했고 노·사·정 협의기구(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복귀를 논의 중이다. 그는 “지금 여건으로 대대적 파업은 불가능하며, 마찬가지로 사회적 교섭으로 엄청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민주노총은 취약계층 노조 조직화를 전면 전환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했다.

김태현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노동조합이 지금보다 인적·물적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조 확대를 위해 지난해 기금 10억원 조성을 결의한 공공운수노조는 지금까지 9억4천만원을 모았고 담당 활동가 10명을 채용했다. 금속노조는 4억9천만원 예산을 비정규직 노조 조직활동에 배정했고, 보건의료노조 소속 정규직은 매월 2천원, 비정규직은 1천원씩 기금을 조성 중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규직 노조에 부정적 여론이 있지만,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만들어진 여건엔 이런 정규직 노조원들의 연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익명성에 기반한 SNS 활용, ‘노조 용어’ 탈피 등도 제시됐다. 오 활동가는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당장 불이익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익명성은 직장갑질119의 원동력이 됐다. 익명으로라도 자기 얘기를 말할 곳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게임회사 넥슨 노조가 노조 임원을 ‘스탭’으로, 스마일게이트 노조 이름을 'SG길드'로 바꿔부르는 시도도 언급됐다.

2016년 기준 한국 노동조합 가입율은 10.3%에 불과하다. 1980년대 후반 19.8%까지 늘었다가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10%에 머문다. 2016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300명 이상 사업장 노조 조직률은 55.1%, 30명 미만 사업장은 0.2%다. 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0.2%,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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