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였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지난 2009년 숨진 신인배우 고 장자연씨와 35차례나 통화한 사실이 확인돼 검·경의 고의적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임 전 고문도 연루돼 있었다는 MBC 보도와 관련해 “검찰이 만약 이를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앞서 11일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당시 담당검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통화내역을 제출받았고, 임 전 고문의 이름을 발견했다”며 “장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임 전 고문과 35차례의 통화내역이 존재했는데도 당시 경찰과 검찰은 임 전 고문을 단 한 차례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 전 고문 측은 ‘장씨를 모임에서 본 적은 있지만,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지만, 대검 진상조사단은 당시 임 전 고문을 조사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 담당자들과 임 전 고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이 의원이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만약 은폐가 사실이면 유야무야 넘어갈 게 아니라 은폐한 담당검사에게 합당한 징계 조처 및 사법 처리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박 장관은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고의적으로 소환하지 않았으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임 전 고문의 직접 조사 필요성에는 “필요하다면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대검 진상조사단 활동기한이 짧아 본조사 대상 사건들의 조사가 충분히 되지 못한 채 종결될 우려에는 “조사기간 문제는 필요하다면 법무부 훈령을 개정해서라도 최대한 선정된 사건이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는 지난 8월 활동기한 종료 후 한 차례(3개월) 연장됐다.

한편 이날 오전 국감 질의 시작 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 강정마을 주민 사면·복권 검토’ 발언 관련 박 장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여당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다 회의가 파행을 빚었다.

[관련기사 : 한국당, 문 대통령 ‘강정마을’ 발언 비난에 국감 파행]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함상 연설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으로 고통받은 강정마을 주민을 위로했다. 사진=KTV 방송화면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함상 연설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으로 고통받은 강정마을 주민을 위로했다. 사진=KTV 방송화면 갈무리
박 장관은 오후 법사위가 다시 개회한 후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방문한 기회에 마을 주민과 만남에서 그동안 강정마을 해군복합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의 치유 차원에서 (사면·복권을) 언급했다고 본다”며 “법무부는 향후 이와 관련 구체적으로 사면 문제가 떠오를 때 사면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삼권분립 원칙의 헌법을 부정한다”는 이은재 한국당 의원의 주장엔 “(대통령이) 사법부 독립 훼손 의도로 말한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법무부는 그 점을 충분히 유념해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업무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불법시위를 주도한 자들에게까지 구상권 포기에 이어 사면까지 해줘야 하느냐’는 한국당 의원들의 지적에도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을 소송 수행청인 해군의 소송 지휘 의견에 따라 수용했고, 공권력과 지역주민의 첨예한 갈등에서 초래된 여러 사안을 감안해 그렇게 결정한 걸로 안다”며 “사면 대상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원칙적으로 강정마을 재판이 다 끝나는 때에 사면·복권을 단행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런데 사면·복권을 일괄로 어느 정도 적용할지는 법무부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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