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가짜뉴스’(허위정보) 대응을 추진하는 가운데 언론·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는 12일 성명을 내고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범정부 대책 추진에 “깊이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10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가짜뉴스’ 과잉규제 압박은 방통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 강경대응을 주문한 직후인 8일 정부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범정부대책을 발표하려 했으나 돌연 연기됐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자율규제’ ‘모니터링’ 강화 등의 대책을 제시했으나 보완하라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방통위는 추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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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iStock
▲ 정부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iStock

언론연대는 “방통위는 엄연히 법으로 독립성을 보장하는 독립위원회”라며 “표현규제와 같이 고도의 전문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요구하는 사안에 관해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허위정보로 인한 폐단은 심각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오남용을 피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가짜 뉴스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선의로 만들어진 제도라도 할지라도 악용될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정부가 방통위에 강경대응을 주문한 데 대해 “해외 입법례를 살펴봐도 허위사실의 유포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방통위가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은 타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언론과 정치권은 독일에 ‘가짜뉴스 처벌법’이 있다고 했지만 독일의 법은 가짜뉴스가 아니라 이미 형법상 불법행위인 혐오증오표현에 대한 처벌이고, 혐오차별 표현 관련 법이 없는 한국에 적용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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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단체는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언론연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는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미디어교육 기구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시민사회와 협력쳬계를 구축하고 △인터넷 기업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책무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미디어교육지원법안이 계류돼 있다.

언론노조는 허위정보가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언론의 자율규제를 다듬고, 현행법을 엄정히 적용해 가짜 뉴스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집중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인터넷 게시글 임시조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삭제요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등 인터넷 정보에 대한 규제가 강력하다.

또한 언론노조는 “언론의 책임과 반성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았다면, 이처럼 허위정보가 판을 치지는 않았을 터다. 조금 더디더라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대응에 우려가 이어지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고 사법부, 선관위, 언론중재위 등이 허위정보라고 판정한 내용에 한해 적용하며 방통심의위 등 독립기구가 집행한다며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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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선관위는 임의로 허위사실을 판정해 합리적 의혹제기까지 삭제하고 있다. 사법부는 진위를 판단하는 기구가 아니라 증거의 유무를 판단해 가짜뉴스 대응의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 방통심의위는 정부여당이 다수 위원을 추천하는 구조로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메르스와 관련한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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