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미래는 안전한 것 같다. 암울한 것은 저널리즘의 미래다.”

‘비욘드 뉴스, 지혜의 저널리즘’을 쓴 언론학자 미첼 스티븐스의 말이 들어맞는 요즘이다. 가짜뉴스·유튜브·극우보수의 결합 앞에 그 어느 때보다 저널리즘의 역할이 중요해진 요즘이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기자란 그저 속기사와 유사한 경험을 반복할 뿐이다.

지난 1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저널리즘 연속 토론회 ‘한국의 저널리즘, 기본 원칙은 무엇인가’에서 정은령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장은 7일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을 언급하며 “풍등이 태운 게 저유소만이 아니다. 저유소 화재사건 이후 고양경찰서 발표를 그대로 받아쓴 언론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뉴스 이용자들이 분노한 지점에, 저널리즘이 맞닥뜨린 질곡이 있다”고 말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뉴스이용자들은 맥락이 있는 답을 원했지만 언론은 경찰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 24시간 뉴스체제가 기자들에게 묻고 생각하는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한 뒤 “모든 기사는 팩트체크여야 한다. 그러나 팩트체크가 안 되기 때문에 팩트체크가 중요한 시대다. 취재한 기자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진실을 (독자가) 이해 가능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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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수백 명의 기자들이 비슷한 기사를 쏟아낸다. 자본권력과 타협을 하니 망하는 언론사가 없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허위정보가 늘어나고 있다. 최저임금 때문에 직업이 줄어든다는 식의 거짓정보는 주류언론을 통해 확산된다”며 언론계 현실을 진단한 뒤 “가짜뉴스가 늘어나는 데에는 언론에 대한 냉소·불신·무력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환 대표는 그러나 “뉴스와 뉴스가 아닌 것들이 뒤섞여 소비되는 시대의 독자들은 여전히 진짜뉴스를 갈망한다”고 밝힌 뒤 “기자들은 사건의 이면을 파고들어야 한다. 혁신의 시작은 쓸모없는 것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무엇부터 달라져야 할까. 이희정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은 “황우석 사태 이후에도, 국정농단 이후에도 언론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가디언 편집국장 캐서린 바이너는 조직을 향해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린 뉴스룸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저널리즘을 위한) 모든 노력은 질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인들이 저널리즘을 도구로 생각한다. 정계에 언론인 출신이 많다. 도구적 언론관을 탈피해야 언론이 성숙해진다”고 지적한 뒤 “언론인의 직업모델을 바꿔야 한다. 기자들이 자기 영역을 찾아 깊이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이날 토론회에서 가짜뉴스를 무력화시키는 방안이 ‘진짜뉴스’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사회적으로 진짜 저널리즘이 제대로 유통될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가짜뉴스를 퇴치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진 대표는 “유튜브 자체가 가짜뉴스 온상은 아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문제다”라고 지적한 뒤 “주류언론이 과연 가짜뉴스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가짜뉴스’보다 ‘허위정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밝힌 뒤 형법·정보통신망법·민법·공직선거법·전기통신기본법 등 현행법으로 충분히 허위정보에 대응할 수 있다며 최근 일련의 규제논의에 선을 그었다.

박아란 연구위원은 혹 규제를 논할 경우 “온라인에서 가짜와 진짜가 밝혀지는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규제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온라인 콘텐츠의 매개자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절차에 관한 책임,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공정성, 불법정보의 신고 및 처리 절차를 개선하고 이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언론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인 펙트체크 활성화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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