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 총수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민갑룡 경찰청장이 “경찰 조직의 총수를 지낸 분을 우리 손으로 구속한 것은 나도 이루 말할 없이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민갑룡 청장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청장으로서 전직 경찰총수를 경찰이 수사해 최초로 구속한 사례로 보도된데 대한 소회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민 청장은 “하지만 불법행위가 수사를 통해 규명돼 그에 따라 책임져야 하는 건 법치국가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경찰 댓글 사건 특별수사를 언제까지 할 것이냐’는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의 물음엔 “지금 마무리 단계여서 이번 달 안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 민갑룡 경찰청장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 여야 합의로 조 전 청장도 증인으로 채택해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5일 조 전 청장이 경찰에 구속되면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조 전 청장은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구속수감됐고, 국회에서 증언할 내용이 형사책임과 관련이 있어 출석할 수 없다는 의사를 행안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현오 증인은 당시 쌍용차 사이버대응팀을 구성했다는 사실을 백서에 매우 자랑삼아 얘기했고, 경기경찰청 댓글 활동을 경찰의 정당한 홍보 활동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며 “이는 경찰을 정치경찰로 만들고 이용하는 데 굉장히 주저함이 없었기 때문에 경찰 수사와 관계없이 위원회에서 물어볼 게 있었는데 (불출석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자 행안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조 전 청장이 구속되기 전에는 본인이 당당히 (국감에) 참석해서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는데 구속 후 왜 출석 안 하는지 파악해 보니 문재인 정부의 국감에 나가면 재판에 영향을 받고 정치공세에 시달릴 것이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조현오 증인이 판단하기에 형사적으로 불리한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증언을 거부하면 된다”면서 “본인이 모욕적이거나 막연한 정서적인 반감으로 국회에서 여야가 공히 합의한 증인출석 요구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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