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세계 195개국이 가입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자는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고 합의하며 수소·풍력·원자력·태양광 등 저탄소 에너지기술 활용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게 보고서 요지다.

그러나 석간 문화일보는 8일자 1면 기사에서 이 사실을 비틀어버린다. 문화일보는 “보고서는 1차 에너지 중 유일하게 2030년에서 2050년에 비중과 활용이 더 커질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꼽았다. 전력소비와 온실가스 최소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원전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점을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 10월8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10월8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뒤를 이어 TV조선이 8일자 메인뉴스에 ‘IPCC “지구 온도상승 1.5도로 제한하려면 원전이 뒷받침 돼야”’란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TV조선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온난화 피해를 막기 위해 전 세계 195개 나라가 오는 2100년까지 기온 상승률을 1.5도로 제한하자고 합의했다. 그러기 위해서 원자력을 화석 연료의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보고서는 1차 에너지 중 유일하게 원전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한 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를 대신할 에너지로 원전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문화일보와 TV조선은 중대한 사실을 누락·축소했다. 짐 스키(Jim Skea) IPCC 실무그룹3 의장은 이번 보고서 채택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원전 활용에 대한 질문에 “IPCC는 특정기술에 대한 적절 여부 판단은 내리지 않는다. 원전에 대해서는 중립적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일보와 TV조선은 마치 IPCC가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원전을 꼽았는데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이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뉘앙스다.

대표적인 ‘친원전’ 언론사인 한국경제 역시 9일자에서 이 소식을 전하며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탈원전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10일 ‘탈원전과 온실가스 감축 충돌, 누가 책임질 건가’란 제목의 사설을 내고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왜곡에 가깝다. 중앙일보의 경우 9일자 기사에서 같은 소식을 전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력 생산의 70~85%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고만 썼다. 원자력은 아예 언급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한국일보는 같은 날 기사에서 짐 스키 의장의 발언을 지면에 담으며 보고서가 ‘친원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심지어 이번 IPCC총회에 참석한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한국 정부의 방향성은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하며 “기업 입장에서도 재생에너지는 새로운 투자이자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은 현재 태양광 등 저탄소 에너지기술을 육성 중이다.

IPCC와 관련된 왜곡보도가 이어지자 산업통상자원부도 나섰다. 산자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원전 확대를 직접적으로 권고하고 있지 않다. IPCC 보고서에서 제시되어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들도 국가별 에너지 목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IPCC는 지구온난화 1.5℃ 목표를 위해 에너지효율 향상과 에너지 수요 감소, 저탄소 발전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종말을 막기 위한 세계적 합의를 보도하며 엉뚱하게 원자력발전 찬양→문재인정부 비판으로 논조를 비튼 일부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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