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대북 라디오 방송 출력을 편법 혹은 임의로 낮춰 운영했다는 조선일보·TV조선 보도에 KBS가 “사실을 왜곡했다”며 법적 절차를 예고했다. 

조선미디어그룹 두 언론사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 방송을 못 듣게 하려고 KBS가 임의로 방송 출력을 낮춘 것 아니냐는 주장을 꺼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KBS, 대북 라디오방송 송신 출력 낮췄다”(6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KBS가 대북 라디오를 포함해 일부 AM 방송의 출력을 편법으로 낮춰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북한 주민을 위한 ‘한민족방송’이나 장애인 ‘사랑의소리’ 방송 등이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9일자 6면.
▲ 조선일보 9일자 6면.
조선일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을 인용해 KBS가 지난달 말 중앙전파관리소 현장 조사에서 전체 26개 AM 라디오 방송국 가운데 8곳 출력을 임의로 낮춰 운영하다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언급한 8곳은 한민족방송과 사랑의소리, KBS1·2AM, 울산·목포·강릉 1AM 등이었다.

지난 10일자 사설에서는 “KBS가 대북 라디오 방송을 포함해 일부 AM 방송의 출력을 임의로 낮춰 운영해온 사실이 밝혀졌다”고 단정한 뒤 “KBS는 ‘전력 소비를 줄이는 새 시스템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그 결과 주시청자인 북한 주민들이 방송을 듣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주민을 위한 방송이 정작 북한엔 제대로 가지 못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공영 대북 방송마저 희미해졌다. 북한 주민보다 김정은 심기를 먼저 살피는 기이한 분위기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KBS 대북 방송인 한민족 방송은 수신료 외에도 연간 160억 원의 국민 세금을 쓰고 있다.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전파하라고 국민이 돈을 대는 것”이라면서 “2500만 북한 주민에게 대북 방송은 바깥세상을 접하는 진실의 창이다. 공영 대북 방송만은 어떤 이유로도 북으로 송출하는 출력을 낮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조선일보 10일자 사설.
▲ 조선일보 10일자 사설.
TV조선도 지난 9일 “KBS의 라디오 일부 채널이 출력을 임의로 낮춰 운영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그 가운데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KBS 한민족 방송도 있어서 북한 주민들이 듣지 못하도록 일부러 그렇게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KBS는 10일 공식 입장을 내어 “TV조선과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며 “KBS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및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는 “KBS의 한민족방송 송출 시설은 기존의 청취 구역을 유지하면서도 소모 전력은 절감시키는 신기술이 적용된 송신기를 운용하고 있다”며 “즉, 전력은 과거보다 적게 사용하면서 과거와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2005년 이후 중파송신기 대부분에 전력저감모드 기술이 적용됐고 2011년 말부터는 저감모드가 적용된 송신기를 도입·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TV조선 뉴스9 9일자 보도.
▲ TV조선 뉴스9 9일자 보도.
KBS는 “조선일보는 출력이 낮아졌다는 사실만으로 북한 주민이 방송을 잘 듣지 못할 것이라고 추측했다”며 “심지어 사설에 ‘출력 낮춰 북 주민은 못 듣게 한 KBS대북방송’이라면서 KBS가 고의적으로 출력을 낮춘 것처럼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또 KBS는 ‘최근 2년간 KBS 한민족방송의 전기 사용량이 올해 3월 가장 낮았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명백한 오보”라며 “최근 2년간 한민족방송 송신소의 전력 사용량을 살펴보면 가장 낮았던 것은 2016년 12월”이라고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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