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강조해온 경제지는 지난 7월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이후부턴 ‘차등적용론’ 여론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차등적용은 한국 사회구조와 맞지 않는데다 소득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경제지가 검토없이 막무가내로 보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3개월 간 5대 경제지는 ‘업종별‧지역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해야 자영업자를 살린다’고 일관되게 보도했다. 예로 한국경제신문은 △업종·지역간 ‘차이’를 ‘차별’로 모는 건 최저임금 왜곡이다(7/7 사설) △“무책임한 최저임금委, ‘업종별 차등화’ 끝내 묵살(7/10) △최저임금 지역·업종별 차등화, 안 된다는 이유 뭔가(9/11 사설)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 지난 3개월 간 5대 경제지는 ‘업종별‧지역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해야 자영업자를 살린다’고 일관되게 보도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지난 3개월 간 5대 경제지는 ‘업종별‧지역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해야 자영업자를 살린다’고 일관되게 보도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매일경제는 ‘차등화는 자영업자의 절규’라며 “최저임금은 최소한도의 국민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지금은 그 수준을 한참 초과한다”고도 했다. 경제지는 △자영업자의 부족한 임금지불능력과 △일본‧미국 등의 실례를 근거로 최저임금 차등화를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내지르기식 보도”라고 평했다. 현실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주장만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어느 지역이라도 서너시간 내 이동이 가능한 ‘1일 생활권’ 사회다. 사례로 제시되는 미국, 캐나다 등과 사회구조가 다르다. 좁은 면적에서 최저임금을 구분할 지역 기준을 세우는 것부터 쉽지 않다.

지역별 차등화는 지역별 소득격차를 키워 빈곤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높다. 김 소장은 “기존 임금 수준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지역 최저임금이 낮아진다면, 노동자 입장에서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빠져나가버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인구가 특정 지역에 몰려 지역 불균형이 더 심해질 거란 전망이다.

지난 3달 간 발의된 최저임금 차등화 개정입법 발의안만 14개다.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 10건 △바른미래당 대표발의 3건 △민주평화당 1건 등이다. 그러나 발의한 의원조차 ‘정치적으로 발이 묶일 것’이란 지적이 있다. 최저임금이 낮게 정해진 지역 시민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지역구 표심이 바뀔 수 있다는 논리다.

김 소장은 “일본은 지역 격차가 오히려 심화됐다”며 “전국단위(연방) 최저임금을 정하고 주별로 정하는 미국식은 검토 가능하지만, 전국 최저기준이 없는 일본식 구조는 검토 논외다”고 말했다. 2016년 도쿄 최저임금(907엔‧약 9109원)과 가고시마 최저임금(694엔‧약 6970원) 차이는 213엔(약 2140원)이었다. 격차는 올해 224엔(약 2250원)으로 커졌다.

업종별 차등화도 논리적‧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낮다. 최저임금제도 취지는 최소 생계 보장이다. 업종별 차등화는 고용주 지불능력을 먼저 고려하는 논리다.

전국단위 최저임금 설정 없이 업종별 최저임금만 달라지면 사회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왜 내 업종 임금은 이 정도냐’는 항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전국 최저임금을 정하고 그보다 높은 수준의 업종별 임금을 정할 수 있는데, 업종별 논의기구 구성도 쉽지 않다. 노조 조직율이 10.3% 수준인데다 한국은 산업별 노‧사교섭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다.

서울경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편의점 업계의 숙원이었다”고 적었다. 2017년 알바노조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편의점업의 최저임금 미달률은 55%, 주휴수당 미지급률은 92%에 달했다. 수도권 외 지역은 최저임금 미달률이 수도권보다 60%가 낮았다. 응답자 402명 중 26.9%가 “최저임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박정훈 알바상담소 활동가는 “모두 최저임금 대폭 인상 전의 얘기다. 편의점업계는 차등적용을 논할 게 아니라 노동법 준수와 ‘최저임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연구보고서’에서 “차등적용하지 않는 국가들이 많다. 서유럽은 그리스를 제외하면 업종이나 지역별 차등적용을 시행하는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조사한 37개국 중 절반이 채 안되는 18개국이 차등적용을 도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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