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대표 박종면)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알린 기자를 연구원으로 전보해 논란이다. 당사자는 기자로 복직시켜주겠다는 조건으로 부당전보 구제신청까지 취하했으나 사측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소속이었던 A기자는 지난 4월12일 사내 고충처리위원회(고충위)에 직속 상사 B씨로부터 수차례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알렸다. A씨는 지난 2016년 9월 입사 이후 B씨의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며 고충위에 △B씨의 사과 △B씨의 발언에 대한 조사 △B씨와 업무공간 분리 등을 요구했다.

▲ 머니투데이 로고

이후 회사가 취한 조치는 A씨를 현장취재에서 배제한 것이었다. A씨는 신고일로부터 나흘 뒤인 4월16일 출근길에 고충위원장인 도아무개 머니투데이 부사장으로부터 주로 행정직군이 일하는 3층 사무실로 출근할 것을 지시 받았다. 이후 도 부사장은 사내 메신저로 ‘회사 업무지시’라며 하루 1개씩 원고지 10매 분량 기사를 작성해 기사입력기에 올리되, 외부취재는 어려우니 국내외 기사를 종합해 작성하라고 했다.

A씨는 미디어오늘에 “고충 제기를 한 순간부터 외부 취재를 금지당하고 업무에서 배제됐다”며 “매일 반성문 적듯 쓰라고 한 기사는 한 달 동안 (외부로) 표출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간 혁신과 관련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취재 기사를 담당해왔다. 외부취재를 할 수 없게 된 A씨는 사내에서 본인 동선을 꼬박꼬박 보고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고충위에 부당한 지시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고충위 팀장에게 이러한 지시를 따르는 게 맞느냐고 묻자 “고충위에서 지시에 따를지 말지를 말해주기는 곤란하다. 우선은 그냥 지시하는 대로 따르는 게 좋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달 뒤인 5월14일 머니투데이는 A씨를 혁신전략팀 소속 연구원으로 발령냈다. 기자직군이었던 A씨를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연구원으로 발령낸 것이다. 더욱이 혁신전략팀은 A씨가 가해자로 지목했던 B씨와 같은 층에 위치한 부서였다.

결국 열흘 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낸 A씨는 사측 답변서를 통해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우선 고충위는 B씨의 성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근로자참여법은 고충처리위원이 근로자에게 고충사항을 청취한 경우 10일 이내 조치사항과 처리결과를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A씨는 고충위 측으로 어떠한 정식 설명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A씨는 자신도 모르게 회사가 ‘근태불량’, ‘지시 불이행’ 등으로 자신과 관련한 두 차례 인사위원회를 개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가해자로 지목된 B씨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인사위 보고서 작성자도 B씨였다. 머니투데이 도 부사장은 미디어오늘에 “고충위에 안건이 올라와 조사를 해봤는데 B씨가 만일 그런 사실이 없다면 피해사실을 주장하는 A기자를 징계해 달라고 해 열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인사발령이 합당했다는 입장이다. A씨가 주장한 직장 내 성희롱이나 부당한 처우가 입증되지 않았기에 B씨에 대한 징계는 불가능하지만, B씨와 일하기 힘들어하는 A씨를 배려했다는 주장이다. 머니투데이 황아무개 혁신전략팀장은 미디어오늘에 “A기자가 부서장인 B씨와 일할 수 없다고 해 팀을 옮겨야 하는데 기자 공석이 없어 연구원 자리로 가야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노위에서 “이러한 전보 조치는 스스로 매일 시달리다가 지쳐서 제 발로 회사를 나가길 바라는 것 같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보복 조치’”라고 주장했다. 굳이 B씨와 같은 층에 위치한 부서로 인사발령을 낸 것 또한 의심스러웠다. A씨는 사측이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해선 안 된다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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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했다. 국선 노무사인 이아무개씨와 사측이 연구원에서 기자로 복직시켜주고 B씨와 같은 층에서 근무하지 않게 하겠다는 조건으로 취하를 먼저 하자고 자신을 부추겼다는 게 A씨 입장이다. 노무사 이씨는 취하 전 화해조서를 작성하면 민사상 효력이 발생하는 1차 방어장치가 있음에도 취하를 먼저 했으며 부당전보가 난 날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합의 날짜를 잡자고도 제안했다.

부당전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한 노무사는 “구제신청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화해조서라는 1차 방어장치가 있는데 취하를 먼저 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무사 역시 “이건 신청인을 농락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노무사 이씨는 미디어오늘에 “조건부로 합의를 취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조건부 취하를 다르게 해석했다. 머니투데이 황 팀장은 “A기자를 데리고 있다가 성과가 괜찮으면 나중에 연구원에서 기자로 복귀시킨다는 말이었다. 내 평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와 같은 층에서 근무하지만, 자리가 끝과 끝”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A씨는 지난 4일 지노위에 또 다시 부당전보 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 A씨는 지난 1일에는 서울고용노동청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B씨를 대상으로 형사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사건을 겪으며 지난 5월 외상후 스트레스 판정을 받은 A씨는 연구원 발령 다음 날인 5월15일부터 현재까지 휴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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