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 앨러바마 교수 제임스 L. 어코인이 쓴 책 ‘탐사 저널리즘’(2007)에는 ‘탐사보도’의 어원이 나온다. 퓰리처상 원장 존 호헨버그(John Hohenberg, 1962년)는 퓰리처상 후보 부문 가운데 폭로 보도에 대해 ‘탐사적’이라고 처음으로 불렀다. 그는 탐사보도 기자들을 사건의 밑바닥을 파내기(digging) 전문가라고 칭했다.

전 탐사기자 스티브 하트건(Stephen Hartgen)은 탐사보도에 필요한 능력으로 △공적 기록의 활용 △사람과 제도 간의 관계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을 두 가지 덕목으로 꼽았다. LA타임스 탐사기자 잭 넬슨(Jack Nelson)은 탐사보도가 정보를 캐내는 특별한 기술과 보통을 넘는 스태미나, 강인한 성격을 요구하는 전문 분야(specialty)라고도 했다.

▲ 지난해 10월19일 뉴스타파 “[국회개혁] 국회의원 14명 잘못 인정… 5명 ‘예산 반납하겠다’” 리포트 갈무리.
▲ 지난해 10월19일 뉴스타파 “[국회개혁] 국회의원 14명 잘못 인정… 5명 ‘예산 반납하겠다’” 리포트 갈무리.
이렇게 사람 진을 빼는 탐사보도가 한국 지상파 방송에선 한동안 증발했다. 시민들은 광장에서 사라진 이면의 진실을 요구했다. 이는 ‘나꼼수’로 잠깐 소환되기도 했고, 해직 언론인들이 모인 ‘뉴스타파’가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 굵직한 살인사건을 다각도로 조명해 온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권력형 비리를 파내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를 관통하며 만들어진 시청자들의 요청이었다. 보수 일색으로 물들 거라 짐작했던 종편 JTBC의 뉴스가 뿜어냈던 탐사보도의 ‘파내기’는 살아있는 권력의 뿌리를 흔들었고, 마침내 보도부문의 왕좌 자리에 올랐다.

정권이 바뀐 지 1년 반이 됐다. 공영방송이 여전히 JTBC를 따라잡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MBC 정상화의 프리즘을 보여주는 단면 중 하나는 ‘PD수첩’이다. ‘한국전력의 일회용 인간들’(1167회), ‘추락한 태권도 성지, 누구를 위한 국기원인가’(1166회), ‘군부 쿠데타’(1164-65회), ‘故 장자연’ (1161-62회), 큰 스님께 묻습니다(1153회),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1145회) 등 굵직한 아이템은 탐사보도의 궁극 목적인 사정기관의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 ‘PD수첩’ 진행을 맡은 한학수 PD가 지난 1월5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PD수첩’ 진행을 맡은 한학수 PD가 지난 1월5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파헤친 대표적 한국 탐사 저널리즘 PD 한학수는 이번엔 ‘PD수첩’의 MC로 나섰다. 그는 소위 유배시절 지역왕갈비 축제, 스케이트장 관리로 쫓겨나며 사화(士禍)를 입었으나, 복귀해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PD수첩’에서 해고됐던 작가 정재홍을 비롯해 ‘PD수첩’ 전성기를 이끌었던 PD들이 합류했다. 그들이 돌아오자 시청률은 예전만 못해도, 화제성은 폭발적이다. 잭 넬슨이 말한대로 탐사보도가 왜 전문 분야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특정 시대나 사회는 일정한 경향성을 띤다. 그 시대나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적 소명, 사회적 지상 과제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지금, 시대는 더 큰 소명의식으로 탐사보도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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