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일정으로 백두산을 동반 산행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대화에서 백두산 관광을 언급해 주목된다.

남북 정상 내외는 20일 오전 9시30분께 백두산 천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군봉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는 백두산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리설주 여사는 “백두산에 전설이 많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라고 화답했다.

백두산 산행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통하지 않고 북측 땅을 밟아 백두산에 오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뒤 이번 정상회담 일정 중 북측이 제안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그때(판문점 선언 당시)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다”며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어요.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에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입에서 백두산 관광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향후 백두산 관광이 남북관계 교류의 또다른 상징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관광은 지난 2000년 8월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체결한 합의서에 백두산 관광사업권이 포함되면서 가시화됐다. 이후 2005년 실제 백두산 관광을 진행하기로 합의했고 2007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하면서 실현되는 듯 했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는데 추후 경제교류가 확대되면 백두산 관광 문제도 테이블에 올라올 수 있다.

백두산에서 대화 내용 중 김 위원장 서울 답방시 한라산을 오르자는 내용도 깜짝 등장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고 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농을 건넸다. 이에 리설주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도 한라산 동반 얘기가 나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번에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백두산을 방문했다.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방문할 때 같이 한라산으로 갈 수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시기 부탁한다’는 질문을 받고 “매우 좋은 아이디어 같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있고 또 저희가 준비해야 될 여러 가지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우 좋은 제안으로 또 아이디어로 저희가 참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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