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판사가 왜 우리를 만나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의무입니다. 공직에 있었고 다시 공직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사건에 대해 사안별로 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다면, 그것이 바로 전관예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난 시절 적폐 판사들이 일관되게 걸어간 꽃길입니다. 인생 2막을 시골판사로 법의 혜택 보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살겠다면 지겨운 전관예우를 끊고 꽃길을 거부하십시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해고 노동자들이 지난 10일 서울에서 전남 여수까지 먼 길을 마다 않고 ‘시골판사’가 된 박보영 전 대법관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박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이른 ‘재판 거래’ 의혹 문건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법부의 협력 사례”로 적시된 판결을 내린 장본인이다.
박 판사는 이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면담을 거부하고 “고향 쪽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다. 초심을 잃지 않고 1심 법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첫 출근 소감만 밝혔다. 그는 11일 오전 10시께 출근하며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법관은 연예인이 아니라 공직에 충실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인터뷰를 사양했다고 한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사법농단 문건에 수차례 등장하는 조선일보는 11일자 16면 머리기사에서 “일부에서 당시 대법원 판결을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중 하나라고 꼽았다. 그러나 실제 쌍용차 재판 결과가 정권에 유리하게 내려졌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양승태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은 쌍용차 판결 1년 뒤에 작성됐는데 먼저 나온 판결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논리다. 조선일보가 양승태 사법농단 문건을 두둔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 역시 문건에 명백히 적시된 내용과 다르다. 그리고 조선일보가 언급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문건은 2014년 11월 쌍용차 대법원 판결이 난 1년 뒤가 아닌 2015년 7월 작성됐다.
아울러 법원행정처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을 두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등을 위해서는 정리해고 요건의 정립이 필요한데, 선진적이고 유연한 기준 정립을 위해 노력함”, 철도노조 파업 사건은 “노사 갈등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하여 파업의 법적 기준을 정립함”이라며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고 평가했다.
임 차장은 그러면서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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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에서 양승태 사법부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고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물밑에서 판결을 조율했다’고 나온 문건을 보고도 “실제 쌍용차 재판 결과가 정권에 유리하게 내려졌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아무것도 없다”는 조선일보 기사를 믿을 독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법농단 문건 가운데 조선일보가 연루된 것만 △(150128)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김◎◎) △(150203)조선일보 상고법원 기고문(김◎◎) △ (150203)조선일보 칼럼(이○○ 스타일) △(150330)조선일보 첩보 보고 △(150331)조선일보 기고문 △(150427)조선일보 홍보 전략 △(150504)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콘텐츠 검토 △(150506) 조선일보 방문 설명 자료 △(150920)조선일보 보도 요청 사항 등 9건이다. 조선일보는 박보영 판사를 감싸기보다 자중하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