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근거로 임영득 현대모비스(모비스) 대표가 막말했다고 비판하는 두 개의 기사가 나왔다. 두 기사는 블라인드 글이 유일한 근거이고, 이 가운데 한 언론사는 모비스 측을 취재하면서 ‘광고’ 얘기까지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블라인드 글엔 지난해 9월 제주에서 진행한 사원연수에서 신입사원과 임 대표가 ‘공감토크’란 이름으로 나눈 대화 내용이 나온다. 이 글을 보면 임 대표는 신입사원들이 고충을 얘기하자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글은 지난 1월에 유포됐지만 당시 이 내용으로 작성한 기사는 없었다. 이 글이 지난달 말 블라인드에 다시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블라인드는 익명으로 사내 불만을 얘기하는 공간인 만큼 왜곡·과장 가능성이 있어서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해당 글 역시 왜곡과 과장이 있었다. 해당 글엔 신입사원의 질문 6개와 답변 6개가 나오는데 당시 신입사원으로 참여한 A씨는 미디어오늘에 ‘질문 3개는 이 자리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나머지 질문도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고, 그 글은 (임 대표의) 답변이 왜곡·날조”라고 주장했다.

최근 나온 두 건의 기사는 익명에 기댄 블라인드 글 외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두 기사 모두 기사제목에 대표 이름과 ‘막말’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기사 본문엔 블라인드 글이 “과장과 왜곡”이라며 ‘막말’을 부인하는 모비스 입장을 반영했다.

▲ 지난 4일자 공공뉴스 현대모비스 관련 기사
▲ 지난 4일자 공공뉴스 현대모비스 관련 기사

지난 4일 공공뉴스는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 비하·막말 논란] ‘장모님 없냐’…‘반감’만 산 신입사원 공감토크”란 기사에서 블라인드 글과 모비스 해명을 덧붙인 뒤 지난 2016년 5월 취임한 임 대표가 소통을 중시하는 이미지를 쌓았지만 실제 신입사원들에겐 “성의 없는 답변과 비하발언으로 오히려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했다.

기자는 블라인드 글의 진위여부는 추가 확인하지 않았다. 기사를 쓴 공공뉴스 이아무개 기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블라인드 쓴 사람은 확인할 수도 없다”며 “최대한 확인할 수 있는 게 회사 측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말(임 대표의 막말)이 안 나왔다는 근거도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하루 뒤인 지난 5일 일요경제도 비슷한 내용의 “신입직원 상대로 임영득 대표 막말 논란…현대모비스, 왜곡 운운하며 두둔하기 급급”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일요경제 역시 ‘임 대표가 소통의 이미지를 강조했는데 실제론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황당한 것은 회사 측의 반응”이라고 지적하며 모비스 측의 입장을 붙였다.

일요경제는 기사 끝에 모비스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소식을 전하며 “기간은 오는 10일까지로 공인 영어성적 보유자 등 대체로 우수한 인재를 뽑는다”며 “지난해 신입사원들도 못지않은 우수한 인재가 채용되었음을 가늠할 수 있어 간담회에서 임 대표의 말귀를 잘못 알아 들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 일요경제 5일자 현대모비스 대표 관련 기사
▲ 5일자 일요경제 현대모비스 대표 관련 기사

해당 기사 바이라인은 일요경제의 이아무개 기자로 돼 있다. 하지만 모비스 측에 전화하고 기사작성을 주도한 건 신관식 일요경제 편집국장이었다. 일요경제 측은 6일 미디어오늘에 “기사 관련해선 이 기자 말고 신 국장에게 답변을 들으라”고 했다.

신 국장은 블라인드 게시 글에 동조하는 댓글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국장은 “모비스 직원들이 ‘100% 실화’라는 댓글을 달기도 해 기사를 썼다”며 “실제 (임 대표가) 그 말(막말)을 했든 안 했든 블라인드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측에 물어보니 (블라인드 글이) 대표의 말을 앞뒤 잘라서 올린 거라고 했고, 대표가 농담조로 얘기했는데 듣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인 건 다를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 국장은 모비스 측의 설명을 듣고 ‘광고’ 관련 언급을 하기도 했다. 신 국장은 “전화 끊기 전에 (일요경제) 광고국 직원이 모비스에 출입하는지 물어봤다”며 “현재 우리 광고국 쪽에서 출입 안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신문사 편집국장들은 (광고 얘기를) 하겠지만 난 광고 달라는 얘기는 안했다”며 “기자가 광고얘기를 하기 어렵지만 편집국장은 전체적인 것을 고려하기 때문에 광고국 직원이 출입하는 건 물어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 국장이 광고국 직원의 모비스 출입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모비스에 광고를 요구하는 메시지로 오해할 소지는 없을까. 신 국장은 “임 대표의 말을 막말로 들은 사람이 있다면 임 대표의 잘못이듯, 모비스 측이 그렇게(광고 달라는 압박으로) 알아들었다면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신 국장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또 다른 통화에서 “방금 모비스 측과 통화했는데 광고 압박으로 느끼지 않았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모비스 측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여섯 군데 언론사에서 해당 블라인드 글을 문의했고 모두 똑같이 ‘사실관계가 틀렸고 왜곡과 과장이 있다’고 설명했다”며 “납득한 곳에선 기사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홍보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사실관계까지 틀린 기사를 가지고 광고와 바터(교환)할 순 없는 게 원칙”이라며 “기자들이 광고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광고에 관한 얘기를 하거나 근거없이 기사가 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