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국내외 선거를 앞두고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을 ‘좌익·종북’으로 규정하며 정보수집과 사이버 여론전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특히 이태하 전 사이버사 530단장(심리전 단장)은 2012년 대선 전후 군의 ‘댓글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 단장은 사이버사 상설 초기부터 역대 심리전 부장들을 불러 변화하는 국내외 정치상황에 대비해 사이버 심리전을 논의하고 예산 확보를 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인 김병기 의원이 최근 미디어오늘에 공개한 ‘역대 C-심리전 부장 초청 간담회(결과)’ 문건에 따르면 이태하 전 530단장은 2011년 6월9일 오후 530단 회의실에서 고한석 사령관 주관으로 정승조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등 간부 5명을 초청해 사이버사 심리전 현황과 업무 성과를 발표했다.

이 전 단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오는 2012년은 국내·외 정세의 격동이 예상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심리전 정보 분석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11년 6월 국군 사이버사령부에서 작성한 ‘역대 C-심리전 부장 초청 간담회(결과)’ 문건. 자료=김병기 의원실 제공
▲ 지난 2011년 6월 국군 사이버사령부에서 작성한 ‘역대 C-심리전 부장 초청 간담회(결과)’ 문건. 자료=김병기 의원실 제공
이태하 전 단장은 “한국 대·총선, 미국 대선, 러시아 대선 등 과도기를 이용한 북한·종북(세력의) 활개가 예상된다”며 “조직명을 ‘사이버심리전단’에서 ‘사이버정보수집단’으로, 활동명을 ‘작전’에서 ‘홍보’로 바꾸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SC)에 따라 국가·국방정책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단장은 “전교조 등 국내 좌익·종북 사이트 선전과 북한과의 연계성을 집중 추적해야 한다”면서 “정보 분석의 질은 530단 존립 가치와 직결돼 장기적으로 전문가 양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단장은 “민심부(합참 민군심리전부) 해체 후 2년 만에 (사이버 심리전단이) 부활했으나, 핵심 기능이 빠져 아쉽다”며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이버 심리전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업무 성과 제고와 동시에 직원들 스트레스 최소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전 단장은 향후 추진 계획으로 “전·현직 사이버 심리전 부장·차장들의 고견을 수렴해 업무 발전에 활용할 것”이라며 “이번 간담회를 연례행사로 정착하기 위해 예산 확보 등 정식사업으로 발전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국방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TF’ 조사 결과 이명박 정부 사이버사령부가 2010년 7월부터 2013년 10월경까지 청와대 요청으로 국방비서관·대외전략비서관실·뉴미디어홍보비서관실 등에 ‘사이버 일일동향’, ‘사이버 대응활동 보고서’ 형태로 댓글 활동 등을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노컷뉴스
‘국방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TF’ 조사 결과 이명박 정부 사이버사령부가 2010년 7월부터 2013년 10월경까지 청와대 요청으로 국방비서관·대외전략비서관실·뉴미디어홍보비서관실 등에 ‘사이버 일일동향’, ‘사이버 대응활동 보고서’ 형태로 댓글 활동 등을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노컷뉴스
이 전 단장의 제안대로 사이버심리전단이 사이버정보수집단으로 바뀌진 않았지만 심리전단의 전문 인력 양성은 지난해 9월 김해영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사이버사의 ‘육군 사이버 전문 인력 소요 판단 결과 보고’ 내부 문건을 통해 실제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 따르면 사이버사는 19대 총선 직후인 2012년 5월3일 사이버 전문 인력 258명이 필요하다고 육군에 통보했다. 사이버사는 필요한 인력을 구체적으로 대령 2명, 중령 11명, 소령 29명, 대위 45명, 중·소위 31명, 부사관 37명, 군무원 101명이라고 지정했다. 당시 사이버사 참모장과 사령관은 옥도경, 연제욱이었다.

사이버사는 전문 인력 소요 판단 기준과 대상으로 ‘2013∼2017년 사령부 중기부대계획에 의거 1750명 완편 기준으로 작성했다’며 ‘2014∼2018년 중기부대계획 작성 시 매년 30명씩 총 210명의 사이버국방학과 졸업생을 위한 편제를 보강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사이버사는 2010년 1월 창설 후 연말에 사이버 심리전 성과 분석평가 회의를 열었는데 이때 댓글 부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데 쓰인 국정원 지원금(격려금)도 2011년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1월10일 530단 1과가 작성한 ‘2010년 C-심리전 분석평가 회의 결과보고’ 문건을 보면 고한석 당시 사령관은 2010년 12월30일 국방회관 단장실에서 사령부 24명, 530단 75명, 510단 1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사령부 창설 이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부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고 나온다.

고한석 사령관은 이 회의에서 “우리 부대의 주적이 누군지 정확히 식별, 도식화해 사무실에 부착해 놓고 항상 전투 의지를 불태우면서 전투적 성향이 가미된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하라”고 강조했다.

고 사령관은 트위터와 블로그 등 사이버사 작전 우수 대원 7명과 5개 부서에 포상금도 수여했다. 포상금은 국가정보원 지원금 150만 원과 사령관 격려금 16만 원을 합해 166만 원이 전달됐다. 이어진 2부 격려 오찬에서 고 사령관은 “사령부 창설과 함께 열심히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한 부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새해에는 개인과 조직이 더욱더 발전할 수 있도록 기원한다”고 말했다.

▲ 지난 2011년 1월 국군 사이버사령부 530단(심리전단) 1과가 작성한 ‘2010년 C-심리전 분석평가 회의 결과보고’ 문건. 자료=김병기 의원실 제공
▲ 지난 2011년 1월 국군 사이버사령부 530단(심리전단) 1과가 작성한 ‘2010년 C-심리전 분석평가 회의 결과보고’ 문건. 자료=김병기 의원실 제공
고한석 사령관의 바람대로 사이버사 조직 규모와 예산은 해마다 커졌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보도자료에서 “530단 요원은 2012년 116명으로, 2013년에는 155명으로 더 충원됐다”며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국정원에서 지원받는 활동비 예산도 늘었다. 2011년에는 3800여만 원에 불과했던 활동비 집행액이 2012년에는 2억4000여만 원, 2013년에는 3억5000여만 원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2011년 12월 연제욱 당시 사이버사령관이 직접 결재한 ‘격려금 집행계획 보고’ 문건에는 ‘연말 현안업무 처리 등 사이버전 수행 관련 부대원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한 격려금’이라며 12월21일 (원세훈) 국정원장으로부터 500만 원을, (김관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1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사이버사의 정치 관여와 댓글 공작은 2011년부터 더욱 활발히 이뤄졌는데 한미 FTA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논란 등 이슈와 안철수·문재인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을 비방하는 댓글 작성에 주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활동 기한이 끝난 ‘국방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에선 사이버사가 2010년 7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청와대 요청으로 국방비서관·대외전략비서관실·뉴미디어홍보비서관실 등에 ‘사이버 일일동향’, ‘사이버 대응활동 보고서’ 형태로 댓글 활동 등을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댓글조사 TF는 “2012년 총선과 대선 등에 대비해 청와대 지시로 사이버 댓글 활동을 담당할 사이버사 신규 군무원을 대폭 증원하고, 이들에 대한 특별 신원조사를 통해 특정지역 출신을 배제했다”고도 밝혔다.

사이버사 창설 초기부터 역대 국군 심리전 간부들과 함께 대북 심리전단을 국내 정치개입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세웠던 이태하 전 단장은 군형법상 정치관여,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6월28일 이 전 단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항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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