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해 온 시민사회가 ‘현역의 1.5배 이내로 사회 공공·안전 부문 복무’를 골자로 한 대체복무제 기본안을 제시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쟁없는 세상, 참여연대 등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시민사회안’을 발표했다.

▲ 히로카 쇼지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이 19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시민사회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히로카 쇼지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이 19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시민사회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이들은 일각에서 나오는 ‘징벌적 대체복무제’에 맞서 헌재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 대체복무제’를 꺼냈다. 보수 기독계 등은 복무기간을 2배 이상 늘려 처벌적 성격을 강화한 징벌적 대체복무제를 주장한다.

발표자 임재성 변호사는 징벌적 대체복무제를 헌재 결정에 반하는 또 다른 처벌이라고 했다. 그는 “2008년 유럽평의회 사회권위원회, 1999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군 복무의 1.5배 기간을 초과하는 대체복무는 또다른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며 현역 복무기간의 1.5배를 넘으면 또 다른 징벌”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안은 △복무기간을 현역의 1.5배 이내로 하고 △치매노인·장애인 돌봄 등 사회공공서비스와 안전 부문에서 대체복무하고 △선발·관리 등 총괄을 군과 독립된 조직이 책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변호사는 복무기간 ‘1.5배’는 사회적 합의가 모아진 기간이라고 말했다. 2008년 진행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현역복무의 1.5배’ 응답이 44.9%로 가장 많았다. 2018년 7월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리얼미터 설문 결과를 봐도 ‘현재 군 복무기관의 1.5배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가장 우세했다.

시민사회안은 △치매노인 돌봄영역 △장애인 활동지원 영역 △의무소방 영역 등을 대체 영역으로 정했다. 안보의 개념을 사회적 안전망 확충으로 확대할 수 있는 데다 업무난이도와 강도, 사회적 필요성을 감안하면 대체복무로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치매노인 돌봄에 배치되면 치매전문 주야간보호시설, 입소시설, 요양병원, 방문요양서비스 등에 복무 가능하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배치되면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 발달장애인 지원서비스 등 공공서비스에 복무할 수 있다.

▲ 2018년 6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헌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판결과 대체 복무제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소리
▲ 2018년 6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헌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결정과 대체 복무제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소리

의무소방은 이미 연인원 600여 명이 복무하는 전환복무제로 가능성이 입증됐다. 현 의무소방 전환복무는 인구가 줄면서 중단될 예정이다. 임 변호사는 “여전히 소방현장은 인력이 부족한데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로 소방 일을 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방의 의무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제도운영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군과 독립된 기관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관리하는 게 국제 기준이다. 시민사회는 국무총리실 산하나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산하에 ‘대체복무위원회(가칭)’ 설치로 해결하자고 했다.

악용 우려에 임 변호사는 “어떤 곳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와 ‘악용된 국가 한 곳만 말해달라’고 했지만 답변을 들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대체복무제 도입 초기 신청인원을 1000명 수준으로 제한하는 대안을 꺼냈다. 2010년 이후 병역거부 수감자가 연 500~600명 수준임을 감안했다.

종교적·정치적 지향, 개인적 신념은 고정불변하지 않다. 시민사회는 예비군 복무에도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독교계 변호사들과 바른군인권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징벌적 성격의 대체복무제를 마련했다. 이들이 만든 ‘병역법 개정을 위한 교계 기준안’ 골자는 △대체복무 기간 육군(2년)의 2배 이상 △군부대 내 합숙 원칙 △지뢰제거 작업 등 평시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일대의 평화적 활동, 군 및 보훈병원의 간병활동,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 등을 복무 업무로 지정 등이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관리 책임을 질 대체복무요원선발심사위원회(가칭)를 병무청 안에 두고 변호사와 종교계 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현역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게 하겠다”며 징벌적 대체복무제를 시사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역복무보다 어려워서 양심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현역을 안 하기 위한 선택은 상식적으로 없을 정도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며 “올해를 목표로 대체복무제 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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