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직장 내 성폭력 문제와 성평등 제도 개선을 전담하는 성평등센터가 출범했다. 방송사 사장 직속 상설기구로는 최초 사례다. KBS 이사회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성평등센터 신설을 위한 직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KBS는 지난 5월부터 KBS 양대 노조, KBS여성협회 등과 전담기구 신설을 비롯한 성평등 문화 개선 방안을 협의해왔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 4월 취임사에서 “미투 운동으로 대변되는 성평등 문제는 처벌 수위를 확실히 높이고 파면을 포함해 가능한 최대치의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성평등센터 출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사회에 성평등센터 신설을 위한 직제규정 개편안이 상정되자 야권 추천 소수 이사들은 반대 의견을 피력하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표결 결과 재석 6명(10명 출석, 4명 퇴장) 만장일치로 직제규정 개정안이 의결됐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이도경 KBS 전략기획실장은 이날 이사회에 “남녀고용평등 관련한 법들이 개정되고 있기 때문에 성폭력 전담 기구를 만들어 관련 규정을 KBS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조직이 만들어진 다음 성폭력, 성희롱 관련 운영 규정과 지침을 만들어 이사회에 보고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느냐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수이사들은 △업무 관련 운영규정보다 조직 출범을 위한 직제규정부터 안건에 올라왔고 △성평등센터에 조사 및 징계요청권한을 주는 것은 감사 직무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과거 ‘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조우석 이사는 동성애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조 이사는 “성평등은 동성애, 동성결혼, 얘기하기 민망하지만 수간과 소아성애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동성애, 동성결혼, 수간, 소아성애를 권장·보호하겠다는 게 아니라면 중립적인 말로 바꾸라는 제안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용환 이사가 “KBS 내부에서 동성이든 이성이든 성적 희롱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해선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며 “수간이나 소아성애를 어떻게 동성애와 병렬에 놓고 비하할 수 있나. 공공기관 이사회에서 이런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KBS 일부 성폭력 피해자들이 감사실 조사를 받으며 2차 피해를 당한 사례가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전홍구 KBS 감사가 성폭력센터 신설에 부정적 의사를 밝혀 비판 받기도 했다. 전 감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감사인력이 부족하니 (성평등센터를 신설)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감사제도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영일 이사는 최근 ‘미투’ 운동으로 불거진 과거 KBS 사내 성폭력 사례를 언급한 뒤 “그때도 감사가 있었다. 끝없이 감사 권한을 얘기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표결을 요구했다.

김상근 이사장은 이사들 의견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두 차례 정회를 선포했지만, 변석찬·이원일·조우석·차기환 이사는 표결을 앞두고 퇴장했다. 김 이사장은 표결을 전후해 “정말 유감스럽다. 일부 이사들이 퇴장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 일인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거듭 아쉬움을 나타냈다.

KBS는 조만간 전문성 있는 인사를 임명해 사내 성평등 문화 확립을 위한 규정 제정에 나설 방침이다. 이사회 직후 KBS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해 성폭력 예방지침 및 사건 처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연간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및 방지조치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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