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기자들에 대한 성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한국경제신문 간부가 17일 논설위원실 논설위원으로 전보 조치됐다. 한국경제 기자들이 성명을 통해 편집국 A 부장의 성차별 발언을 고발한 지 5일 만이다.

한경 사측은 지난 13일 성차별 발언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16일 오후 인사위를 개최했다. A 부장은 성명서에 나온 기자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양쪽 주장을 다 듣고 내린 결론”이라며 “본인(A 부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상황에서 인사위는 (A 부장이) 부장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국여기자협회 한경지부·한국기자협회 한경지회·한경 바른언론실천위원회는 앞서 성명에서 A 부장이 구성원들에게 “아무리 많이 배운 여자도 ‘맘’이 되면 다 벌레가 된다”, “어디서 저런 여자들이 기어나온 것이냐”, “여자들이 겁도 없이 남의 차를 타니 문제가 생긴다” 등 성차별 발언을 쏟아냈다고 폭로했다.

▲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
▲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
이를 테면 A 부장이 ‘맘카페(육아 및 생활 정보 공유 커뮤니티) 갑질’ 기사를 발제한 기자에게 “아무리 잘 교육받고 고상한 일을 하는 이들도 맘이 되면 다 벌레가 된다. 너도 맘충 같은 행동 안 할 거라고 장담하지만 결혼해서 애 낳으면 아무리 많이 배웠어도 여자들은 다 그렇게 되는 묘한 게 있다”고 하거나 ‘카풀(승차공유)앱 이용자를 노리는 성범죄가 있다’는 보고에 “여자애들이 겁도 없이 남의 차를 타고 다닌다”고 발언하는 등 왜곡된 성의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것이다. 

성명에는 한 페미니스트 단체가 ‘여성의 가슴은 음란물이 아니’라면서 반라 시위를 한 사건에 대해 A 부장이 “여성의 가슴이 음란물이 아니면 뭐냐”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에 한국여기자협회 한경지부·한국기자협회 한경지회·한경 바른언론실천위원회는 “회사 동료이자 편집국 상당수에 해당하는 여성 기자 전체에게 모욕감을 안겨주는 발언이자 언론인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며 A 부장의 공개 사과와 회사의 중징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A 부장이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그에 대한 조치도 징계가 아닌 전보로 결정되면서 향후 한경 기자들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다만 회사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해 사태가 봉합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기자협회 한경지회 관계자는 17일 오후 “기자들 사이에서 현재까지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A 부장은 지난 13일 미디어오늘에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성명의) 사실관계도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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