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뉴스데스크’(이하 마리뉴), 제목대로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 콘셉트의 뉴스 방송이다. 매일 오후 5시 트위터·유튜브 ‘MBC뉴스’ 채널에서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시청자가 실시간 댓글과 투표로 뉴스 3개를 선정하면, 당일 뉴스데스크 마리뉴 코너에서 이를 보도한다.

마리뉴를 담당하는 MBC 김경호, 임경아 기자는 시청자와 소통하며 각 뉴스의 배경과 맥락을 설명해준다. MBC 뉴스데스크 새 앵커가 출연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나, 관련 뉴스를 취재한 기자에게 즉흥적으로 전화를 걸어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내용을 묻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각 기사별로 오늘의 ‘좋아요’, ‘슬퍼요’, ‘화나요’ 기사를 정한다.

취재 현장이나 뉴스 스튜디오에서 잘 짜인 뉴스를 보도하던 MBC 기자들은 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을까. 마리뉴를 진행하는 두 기자와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났다.

▲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MBC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진행자 김경호, 임경아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MBC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진행자 김경호, 임경아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방송 해보니 어떤가.

임경아(이하 임) : 쉽지 않다. 방송 전에는 재밌을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준비 과정부터 뉴스를 다루는 톤, 시청자들 반응까지 모든 것이 쉽지 않다.

김경호(이하 김) : 뉴스를 제대로 해설해주는 역할도 해야 하고, ‘인터넷 문법’에 따라 재밌고 즐겁게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 헤맨다. 둘 다 방송기자 생활을 10년 넘게 해서 기존 말투와 다르게 하려니까 잘 안 된다. 경아씨만 해도 잘 한다. 내가 문제다.

임 : ‘네 그렇습니다’와 ‘맞아요’ 차이가 대표적이다. ‘맞아요’란 말이 잘 안 나온다.

-‘마리뉴’는 누구 아이디어인가.

김 : MBC 뉴스를 심층보도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전보다 아이템 수가 줄어들었다. 어쩔 수 없이 빠지는 뉴스를 시청자 참여로 소화할 방향을 고민했다. 뉴스 편집 회의를 하다 이런 걸 우리가 할 게 아니라, 시청자에게 편집권을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 : 오며가며 선배들이 아이디어도 줬다. 기습적으로 출입처에 나가 있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방식은 다른 선배 아이디어다.

김 : 기존뉴스에서는 기자가 전화 연결할 때 써놓은 걸 읽지 않나. 그러지 말고 실시간으로 전화해 물어보자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준 선배는 (기습 전화를 걸면) 기자가 평소에도 준비하게 될 거란 생각도 한 것 같다. (웃음)

-‘마리텔’ 콘셉트를 사용한 이유가 뭔가.

임 : 처음에는 ‘주문뉴스 제작소’라는 뜻에서 ‘주유소’라는 제목이 될 뻔 했다. 그러다 지인이 ‘마리뉴’로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실제 마리텔 연출을 한 이재석 PD가 동기라 친근한 느낌도 있었다.

김 : ‘마리텔’을 따라 ‘마리뉴’라는 제목을 정하면 방송 포맷에 대해 시청자에게 긴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석 PD 반응이 궁금하다.

임 : 처음에는 ‘구리다, 하지 말라’고 했다. (웃음) 첫 방송을 보고 피드백을 줬다. 화면을 타이트하게 잡으라는 것부터 채팅창을 읽을 때 화면을 보고 읽으라는 조언을 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

-뉴스 후보들은 어떻게 선정하나.

김 :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스태프들과 함께 기사거리를 찾는다. 오후 2시 편집회의에서 뉴스데스크에서 빠지는 기사를 체크하고 4시까지 기사 후보를 확정한다. 이후 추가 취재한 자료를 갖고 5시 방송한다.

임 : 인터넷 방송 원고는 없다. 재료만 가지고 한다. 뉴스데스크 방송 때는 기본 원고는 쓴다. 빨리 자리 잡혀서 최소한 진행자 둘은 기사 자체에 몰두하는 게 목표다.

-오늘의 ‘화나요’, ‘슬퍼요’, ‘좋아요’는 왜 정하나.

김 : 기사를 보는 시청자 분들의 시각이 궁금했다. 실제 방송을 해보니 우리가 ‘좋아요’라고 생각했던 기사를 ‘슬퍼요’로 꼽는 분들도 있었다.

임 : 산란계를 사육하는 공간의 평수가 넓어졌다는 소식을 ‘좋아요’로 준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시청자 분들이 ‘평수가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너무 좁다’며 ‘슬퍼요’로 뽑아주셨다. 뉴스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고민할 때도 도움이 된다.

김 : 뉴스 후보 5개 순위를 매겨보니 1, 2등이 미담기사였다. 시청자는 가슴 따뜻해지는 기사를 보고 싶은데 채워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기준이 시청자로부터 멀어져 있었던 게 아니었나 생각했다. 기자는 시청자가 강한 기사, 센 기사를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

▲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MBC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진행자 김경호(왼쪽), 임경아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MBC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진행자 김경호(왼쪽), 임경아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진행자는 어떻게 결정됐나.

김 : 함께 한 시간이 7년 정도다.

임 : 사회부 때 경찰서 취재를 함께 했던 동료다.

김 : 방송하면서 떠들어야 하지 않나. 둘의 ‘케미’가 중요하기에 친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만약 인사권자가 ‘너랑 너랑 해’ 이런 식으로 진행자를 정해서 인사를 냈다면 마리뉴 같은 기획이 나올 수도 없었을 거다.

-JTBC ‘소셜라이브’처럼 기자들의 뒷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댓글도 있다.

김 : 주어진 시간이 좀 부족하다. 취재후기를 5분만 듣고 끝낼 수는 없지 않나.

임 : 앞으로 과제다. 우선 뉴스데스크가 잘 되고 MBC 뉴스에 관심 갖는 분이 많아져 보고 싶은 기자가 생겨야 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본류(本流)가 되기보다는 뉴스데스크에 활력을 더하고 싶다.

-뉴스데스크 회복이 더디다는 지적이 있다.

김 : 뉴스 본질은 시청자 신뢰라고 생각한다. 지금 MBC 뉴스 회복이 ‘예상보다’ 늦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신뢰를 잃은 기간이 짧지 않다. 시청률 1~2%에 일희일비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뢰 회복을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시간이다. 지금 당장 많은 관심을 받거나 얻으려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임 : 회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다. 그동안 변화를 시도하고 유연하게 방향도 바꿔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조직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을 때가 있고 지금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있는 것도 맞다. 벽돌을 하나하나 많이 쌓아나가려 한다.

▲ MBC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는 매일 오후 5시 트위터와 유튜브 생방송에서 시청자들이 고른 뉴스 3개를 당일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다. 사진=MBC
▲ MBC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는 매일 오후 5시 트위터와 유튜브 생방송에서 시청자들이 고른 뉴스 3개를 당일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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