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3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현직 판사가 억대 뇌물’ 대법이 검찰 수사 의뢰”
국민일보 “‘삼성바이오로직스 중대 회계 위반’…검찰 고발”
동아일보 “다시 ‘핵무력 건설’…美 위협 나선 北”
서울신문 “고용쇼크·성장률 후퇴…불안한 경제”
세계일보 “‘최저임금 불복’…성난 소상공인들”
조선일보 “유해송환 회담 美 바람맞았다”
중앙일보 “최저임금 후폭풍에 당황한 정부”
한겨레 “증선위,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 ‘반쪽 결론’”
한국일보 “‘乙들의 갈등’으로 번진 최저임금의 역설”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다룰 때 논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대결만 표현하는 것과 구조적으로 노동자와 소상공인이라는 ‘을’간의 다툼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전자 관점의 보도가 더 많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자회견 사진을 “7만 편의점 업계 ‘최저임금 인상땐 전국 동시 휴업’”이란 기사와 함께 1면에 실었다. 이들은 오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심야(자정~오전 6시) 영업 중단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43% 올리라고?”라는 사회정책부 기자 칼럼에서 노동계가 제시한 1만790원이 올해보다 43% 오르는 금액이라며 “인상률을 최대한 높이려는 계산이라 해도 43% 인상 요구는 많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기업경제가 어려워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임금을 줄 기업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없어지면 아무리 최저임금을 올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하위 20% 가계 소득이 감소한 것은 우리에게 아픈 지점”이라고 한 발언을 인용하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여파인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 13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기사
▲ 13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기사

중앙일보 역시 해당 기자회견 사진을 1면에 실었다. 1면 톱기사에선 문재인 정부 내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평가를 전하며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믿음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입을 빌려 “소득주도 성장은 실패했다는 게 수치로 증명됐다”며 “이제라도 투자 활성화와 성장 잠재력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하자는 주장이다.

동아일보도 기자회견 사진을 1면에 싣고 중앙일보처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것을 전했다. 최저임금을 과하게 올려 일부 업종의 경제가 침체됐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오전 10시부터 내년 최저임금 의결을 시도하지만 이날 사용자위원 9명이 모두 불참할 예정이라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중재안으로 표결처리할 전망이다. 현재 근로자 측은 1만790원을 제시했고, 사용자 측은 동결을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1면에서 조중동처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의 기자회견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의 긴급 기자회견 사진도 함께 실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를 주장했는데 이게 무산되자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5인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무산돼 ‘소상공인 모라토리엄(불이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오죽하면 소상공인들이 ‘나를 잡아가라’고 나섰겠나”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변의 정책 실세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꺼낸 김 부총리와) 다른 진단, 다른 생각을 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얼마 전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 13일자 세계일보 사설
▲ 13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올 상반기 고용노동부에 적발된 최저임금 위반 업체가 43.7% 급증했다”며 “자영업계의 생계 터전이 뒤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범법자 신세로 몰리는 사업자마저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국 자영업자들이 다 망하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꺾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일보는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이를 반대하는 소상공인만을 경제주체로 두지 않았다. 1면 기사에서 이를 ‘을들의 갈등’으로 표현하며 한 대학생 김아무개씨가 “자영업자들이 비싼 임대료는 아무 말 없이 내면서 최저임금은 안 지키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며 “현재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이유가 1만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 때문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천정부지로 치솟는 점포 임대료 등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를 어렵게 하는 여러 요인들의 해결은 뒤로 미룬 채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취약근로계층에 대한 소득증가의 부담을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게만 지우려는 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 13일자 한겨레 사설
▲ 13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갑’은 쏙 빠진 채 ‘을들의 싸움’된 최저임금 논란”에서 “갑의 양보 없는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간의 갈등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내수 침체와 대기업 횡포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인건비 인상분의 납품단가 반영,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기간 연장,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보완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라며 “그러나 일자리안정자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법 개정은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이러니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겨레는 “최저임금 문제가 경제적 약자들 간의 싸움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정부는 최저임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로장려세제 확대를 병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국회와 함께 경제민주화 추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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