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서울 시내에서 ‘기내식 대란’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한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며 첫 집회를 열었다.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와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 시민 300여 명은 6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예견된 기내식 대란을 승객과 직원에게 전가하는 경영진 교체와 기내식 정상화 촉구 문화제’를 열고 박삼구 회장 퇴진을 요구했다.

▲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 및 아시아나항공노조(공공운수노조 산하)는 7월6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예견된 기내식대란을 승객과 직원에게만 전가하는 경영진 교체 및 기내식 정상화 촉구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이우림기자
▲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 및 아시아나항공노조(공공운수노조 산하)는 7월6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예견된 기내식대란을 승객과 직원에게만 전가하는 경영진 교체 및 기내식 정상화 촉구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이우림기자

이날 집회는 지난 2일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생산 압력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은 2차 도급업체 고 윤아무개 사장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대한항공직원연대와 마찬가지로 가면, 마스크, 선글라스 등을 쓰고 얼굴을 가린 채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장소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최초로 집회를 세종문화회관 계단이었다.

이들은 ‘승무원이 무슨 죄냐’ ‘말뿐인 사과 대신 개혁을 실시하라’ ‘침묵하지말자’ ‘승객·직원 굶기는 갑질삼구 OUT’ 등의 손피켓을 들었다.

대한항공직원연대 소속 10여 명이 집회에 참가하면서 양대 항공사 직원들의 최초 연대가 이뤄졌다. 벤데타 가면을 쓴 객실승무원 A씨는 “부도덕한 오너가 사익을 위해 직원을 착취한다는 점에서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은 똑같은 상황”이라며 “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의 성희롱 문제는 우리 대한항공에도 널리 알려진 문제였다. 같은 항공사 노동자로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집회에 왔다”고 말했다.

▲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 및 아시아나항공노조(공공운수노조 산하)는 7월6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예견된 기내식대란을 승객과 직원에게만 전가하는 경영진 교체 및 기내식 정상화 촉구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이우림기자
▲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 및 아시아나항공노조(공공운수노조 산하)는 7월6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예견된 기내식대란을 승객과 직원에게만 전가하는 경영진 교체 및 기내식 정상화 촉구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이우림기자

이기준 아시아나항공 캐빈노조 위원장은 첫 발언에서 “한 사람의 잘못된 의사결정과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관리자들의 판단 미스로, 기내식 사태 대란을 맞았다. 탑승 수속 직원들은 승객의 욕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뒤돌아 울었다. 이 자리는 그런 목소리가 모여 더이상 굴종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모인 집회”라고 밝혔다.

2010~2013년 사이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을 역임한 권수정 서울시의원도 연대발언에 함께 했다. 권 의원은 박삼구 회장의 경영 실패를 거론했다. 그는 “2006년, 2008년 투기성 자본을 가지고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샀지만 그룹 경영 위기를 맞아 박삼구 회장은 자리에서 잠깐 내려갔다”며 “경영을 잘 못한 사람은 대가를 받아야 하고,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오면 안된단 얘기를 위원장 임기 3년동안 했다. 근데 박 회장은 이쪽 저쪽 빚을 다 끌어 안아서 다시 회장 자리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경영진 잘못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우리 안에서 목소리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 결국 처참하게 기내식 사태를 불렀다. 여전히 우리는 빚을 갚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그 빚을 갚는 최전방”이라며 “우리가 일터를 지켜내 잘못한 사람들을 무릎꿇게 하고 국민들 앞에 사죄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을 볼 때마다 끈끈한 동료 의식을 느낀다. 알량한 주식 몇 장으로 우리의 생사권에 갑질하는 저들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더이상 당신들 자리는 없다’고 말해주자”고 했다.

▲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 및 아시아나항공노조(공공운수노조 산하)는 7월6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예견된 기내식대란을 승객과 직원에게만 전가하는 경영진 교체 및 기내식 정상화 촉구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손가영기자
▲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 및 아시아나항공노조(공공운수노조 산하)는 7월6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예견된 기내식대란을 승객과 직원에게만 전가하는 경영진 교체 및 기내식 정상화 촉구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손가영기자

아시아나항공 지상여객 서비스 도급업체 직원들도 연대했다. 이들은 법무부 출입국 심사를 통과한 탑승객들의 서비스를 책임진다. 김지원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 지상여객서비스지부 부지부장은 “박삼구 회장이 핫밀 먹을 때 승객은 노밀이었고 현장노동자들은 밥을 굶고 일했다. 박삼구 회장은 딸을 상무 자리에 앉힌 게 뭐가 문제냐며 예쁘게 봐달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했다.사과하고 물러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집회는 고 윤아무개 사장에게 추모 국화를 헌화하면서 마무리됐다.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는 오는 8일 저녁 6시 세종문화회관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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