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5일 국회사무처로부터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1296건을 받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참여연대가 지난 2015년 국회에 특활비 지출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한지 3년 만에 지난 5월3일 대법원이 정보공개 확정판결을 내려 받아낸 결과다.

[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 ▶ 원문보기/다운로드 ]

참여연대가 분석한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국회는 교섭단체 대표, 상임위원장 등 특정 직책에 있는 국회의원에게 매월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특활비를 지급했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에 쓰라는 특활비가 국회의원 ‘제2의 월급’이었던 셈이다.

교섭단체 대표는 실제 특수활동을 수행했는지와 무관하게 매월 4000여만 원(짝수달에는 6000~7000여만 원)의 특활비를 받았다. 상임위원장과 함께 예산결산특위원장, 윤리특위원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회의가 열리지도 않은 달에도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매월 600만 원씩을 받아갔다.

특히 국회 상임위 중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추가로 매월 1000만 원을 받아 법사위 여·야 간사와 위원들에게 특활비를 배분해 지급했다. 법사위 간사에게 매월 100만 원을, 위원들에겐 매월 50만 원씩 지급했다. 법사위는 위원들뿐만 아니라 수석전문위원에게도 매달 150만 원씩 줬다.

▲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동료의원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는 특위라고 비판받는 윤리특위는 2011년에 단 네 차례, 2012년 다섯 차례, 2013년 네 차례만 회의를 열었지만 위원장은 매월 600만 원씩 활동비를 꼬박꼬박 받았다. 이와 별도로 정기국회 시기인 9월에 ‘윤리특위 정기국회대책비’로 300만 원, ‘윤리특위 위원회활동지원비’로 700만원을 수석 전문위원에게 지급했다.

아울러 거액의 정체불명 수령인에게 전달된 특활비는 추가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국회 특활비를 한 번이라도 받은 이는 298명에 달하는데 이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수령인은 ‘농협은행(급여성경비)’이었다. 농협통장엔 2011~2013년까지 약 59억 원의 특활비가 입금됐는데 이는 전체 특활비의 4분의 1 정도다.

참여연대는 “농협 통장이 수령인으로 지출된 특활비는 지급 이후 실제 사용한 실수령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고, 누가 통장에서 인출해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지출했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며 “특활비를 현금으로 수령했다는 일부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상기할 때, 농협 통장이 수령한 금액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현금으로 나눠 줬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회로부터 받은 3000만 원 이상의 특활비를 자진 반납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4일 MBC와 인터뷰에서 “나는 원내 교섭단체(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대표이기 때문에 전체 액수의 절반은 은행으로 계좌이체가 돼 왔고, 나머지 절반은 5만 원권 현찰로 밀실에서 1대 1로 만나서 직접 받았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그래서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 흔적이 남지 않는 방식으로 수령했다. 이건 설사 제대로 주지 않더라도 배달사고가 나도 알 수 없고, 받은 돈을 어떻게 쓰든 간에 흔적이 남지 않는 그런 ‘깜깜이’ 돈이었다”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회외교 명목의 상당한 돈이 특정인을 통해 어디로 갔는지, 또 농협 통장을 통해 어디로 누구한테 갔는지 모른다. 구체적으로 수령인 누가 어떤 내역으로 얼마만큼 특활비를 받았는지 조만간 다시 추가자료를 정리해 내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농협(급여성경비) 통장 등으로 입금된 특활비가 이후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전달됐는지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소송을 제기하거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실제로 지난 2007년 감사원이 국정홍보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국가청소년위원회·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4개 기관의 특활비 감사를 실시해 부정사용 내역을 적발했다”며 “감사원이 국회 특활비 사용내역을 전수조사해서 우리가 공개한 것 외에 집행내역 확인서나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 증거서류가 더 나올 수 있고, 검찰이 압수수색해 확인하면 더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집행위원은 “우리가 3년의 시간이 걸려 받아낸 국회 특활비 지출내역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열어본 상자 속엔 너무나 엉망진창인 국회 모습이 들어 있어 안타깝다”며 “앞으로 우리는 국회뿐 아니라 특활비가 편성된 20개 중앙행정기관의 특활비 지출내역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정보공개 청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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