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공모에 돌입한 가운데, 이사회 구성 과정에 정치권 간섭을 배제하고 지역 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지역방송대표자회의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4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방송 정상화와 지방분권시대 준비를 위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비위는 사단법인 지역방송협의회와 한국지역언론학회연합회,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와 지역방송 종사자 단체들의 연대 기구다.

그간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암묵적인 정치권 나눠먹기로 구성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KBS 이사회는 여야 7대4, 방문진 이사회는 6대3 구도가 관례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여야 추천 인사들을 사실상 대리 임명하는 거수기라고 비판 받았다.

▲ 지역방송대표자회의 준비위원회는 4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 지역 대표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지역방송대표자회의 준비위원회 제공.
▲ 지역방송대표자회의 준비위원회는 4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 지역 대표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지역방송대표자회의 준비위원회 제공.

준비위는 “다음 달로 다가온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은 새 정부의 방송 정상화 의지를 가늠할 시금석”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정치권의 간섭과 추천권을 배제하고 방송 자유와 독립 보장이라는 법 취지에 맞는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방송 정상화를 위해 전국네트워크를 가진 KBS와 MBC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과정에 지역 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비위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과정에 지역방송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진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필수”라며 “이를 통해 소통 가능한 수평적 네트워크 체계구축과 합리적인 재원배분구조 확립, 지역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역’ 및 ‘지역방송’을 대표하는 단체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보장하거나, 심사 기준에 ‘지역 대표성’ 항목을 별도로 명기해 배점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지역 민영방송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를 막기 위해 소유지분 한도를 축소하고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사장임면동의제, 사장추천위원회 등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재허가 권한을 적극 행사해 관련 제도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전했다.

준비위는 “이명박 정부 때 방송법 개악으로 완화된 소유지분 한도로 인한 지역 민영방송 사유화의 폐해가 심각하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인만큼, 방송 공정성과 공익성을 담보할 법·제도적 장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부터 오는 13일까지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공모를 진행 중인 방통위는 ‘밀실 선임’ 논란을 해소하겠다며 △홈페이지에 지원자 지원서 공개 △시민 의견 수렴 및 고려 등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시민 권한이 분명하지 않고 여론을 얼마나 참고했는지 알 수 없어 나눠먹기 관행이 유지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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