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미주법인(MBC아메리카)이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게 단란주점 접대를 했다는 MBC 감사 결과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MBC 감사국은 김광동 이사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피소되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 기본 사실관계 검증조차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MBC 감사국은 지난달 21일 방문진 이사회에 MBC 지역사·자회사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실태 특별 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윤동열 전 MBC 미주법인 사장이 일부 방문진 이사들을 부적절하게 접대했으며, 특히 김광동 이사에게는 미국 현지에서 골프와 고액 스포츠 관람뿐 아니라 단란주점에서 여성도우미 등 향응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감사 결과에 포함됐다.

박영춘 MBC 감사는 이날 2014년 4월4일 윤동열 당시 사장이 미주법인 인근 단란주점에서 여성 도우미를 불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었던 이아무개 전 의원과 김 의원 등을 접대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5월29일부터 1박2일 동안에는 김 이사와 박천일 당시 방문진 이사, 윤 사장 등이 친목 목적의 골프 모임을 가졌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광동 이사는 단란주점 접대와 1박2일 골프 접대일로 지목된 날 미국에 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이사가 지난달 25일 임시 이사회에서 공개한 2014년 1~6월 출입국기록 사실 증명원에는 해당 날짜를 전후한 출입국 기록이 없었다. 다음날 MBC 감사국, 방문진 사무처 및 감사가 김 이사와 한 자리에서 재확인한 출입국 기록 역시 마찬가지였다.

▲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MBC 감사국은 미주법인 전 직원으로부터 받은 제보를 기반으로 감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단란주점 접대와 관련해서는 “제보자 증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며 현금이 사용된 영수증, 주류 구매 영수증, 제보자가 당시 받은 이 의원과 김광동 이사 명함 등 물적 증거로 볼 때 윤동열의 단란주점 접대가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인 당사자 확인이 없었다.

박 감사는 25일 이사회에서도 제보 내용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김 이사가 본인 접대 의혹과 관련해 ‘여성’, ‘접대부’라는 표현을 단정적으로 사용했다고 문제 삼자 박 감사는 “제보자 녹취와 오늘(25일) 아침에 들은 추가 증언을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이 다음 이사회 때 사실 관계를 따져보자고 정리하면서 증언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김 이사는 이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할 여러 방법이 있었다. 이아무개 전 의원, 윤 전 사장에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한 사람 인격을 짓밟고 명예훼손이 지속되도록 방치할 수 있는지 안타깝고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인철 방문진 이사는 이사회에 박 감사 해임을 건의했다.

방문진의 한 이사는 “감사국이 실수를 한 것 같다. 본인에게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복수의 MBC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MBC 사측 관계자는 “감사가 독립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MBC 차원에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입장을 내기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물론 잘못된 감사 결과 논란에 김 이사가 실제 접대를 받은 건이 묻혀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감사국 잘못을 지적한 이사는 “나머지 접대 내역은 대부분 김 이사도 동의하는 상황이다. 본인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MBC 감사 결과 김 이사는 2014년 4월27일부터 5월2일 미국 행사 참여를 이유로 LA에 4박5일 체류하는 동안 김문환 당시 방문진 이사장, 박 이사 등과 △LA다저스 야구 경기 관람(한화 약 223만 원) △유니버셜 스튜디오 견학(한화 약 230만 원) △저녁 만찬 2회(한화 약 153만 원) △트럼프 골프장 골프 라운드 등을 제공받았다. 이 밖에 또 다른 MBC 관계사 사장으로부터 명품 넥타이를 선물 받는 등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접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방문진은 오는 5일 이사회에서 박 감사 해임 건의와 더불어 김 이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에 대한 조치를 논의한다. MBC 감사 논란에 대한 방문진 감사의 자체 조사 결과도 이날 이사회에 보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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