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지난 5월28일 SBS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의 명예훼손혐의에 불기소 처분을 내린 가운데 해당 방송사를 형사 고소했던 양석주씨가 지난 12일 항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양씨는 “(검찰의) 불기소이유서는 제작진 주장만 받아들이고, 저들의 거짓말을 검증하지 않았다. 당연히 했어야 할 수사는 하지 않았고, 오로지 관행으로만 사건을 다뤘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검찰 ‘공릉동 살인사건’ SBS제작진에 “죄 없다”)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2015년 10월9일자 ‘노원구 살인 사건, 군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가리키는 것은’편에서 주민 오아무개씨 증언을 인용해 “살려주세요 소리를 정확하게 내가 카톡을 막 넣고 있을 때 들었다. 27분이었다”라고 내보냈다. 군인 장씨가 양씨 집에 들어간 시간은 5시28분. 오씨 증언이 맞다면 비명소리가 들린 이후 장씨가 양씨의 집에 들어간 셈이었다. 시청자들은 양씨가 약혼녀 박씨를 살해한 뒤 장씨마저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갖기 충분했다.

▲ 공릉동 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 공릉동 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양씨는 항고이유서에서 오씨 증언과 관련해 “검찰은 왜 제작진이 오씨를 신뢰할 수 있는 제보자로 설정했는지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나는 고소장에서 오씨가 여자의 ‘살려주세요’를 들었다는 부분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는 경찰로부터 약혼녀가 최초 두 번의 가슴을 꿰뚫어 바닥에 꽂히는 칼질이 사망원인이었다고, 국과수 결론이 그렇다고 들었다. ‘살려주세요’는 나는 못 들었다. 나는 ‘악! 악! 악! 악!’ 단말마 비명만 들었다. 자다가 바로 칼질을 당한 사람이 옆집 사람이 들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살려주세요’를 외친다는 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양씨는 “27분을 특정한 사람은 담당PD였고, 그는 오씨와 협의하지 않고 일방으로 27분으로 방송에 내보내겠다고 통보했으며, 이에 오씨는 언론중재위 조정기일 전, 나와 전화통화에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했으며 정식 인터뷰가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억지로 끌어내 만든 3분 때문에 나는 약혼녀를 죽인 살인마로 몰렸는데, 이게 정당하다는 검사의 판단은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벽에 민가 4곳을 무단 침입한 명백한 사실이 존재했음에도, (제작진은) 장 상병의 가족과 친구들만 만나 그가 착한 사람이었다고 만들어놨는데, 이에 대해 (검찰은 제작진에) 추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양씨는 “방송에 등장한 (장아무개 상병의) 빈소 장면을 봤을 때 제작진은 장씨 유가족 일방의 주장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약혼녀의 장례식장에 찾아온 제작진을 향해서는 “그런 곳에는 취재를 안 나가는 게 상식이다. 그들의 예의 없음과 시청률 때문이라는 속내를 짐작했기에 화를 내고 쫓아냈지만 오히려 제작진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규정했다”고 비판했다.

▲ JTBC 보도화면 갈무리. 양씨는 장 상병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장 상병을 칼로 찔렀고, 장 상병은 사망했다. 검찰은 양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보고 살인혐의와 관련해 무죄로 판단했다.
▲ JTBC 보도화면 갈무리. 양씨는 장 상병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장 상병을 칼로 찔렀고, 장 상병은 사망했다. 검찰은 양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보고 살인혐의와 관련해 무죄로 판단했다.
양씨는 당시 SBS제작진에게 “도대체 군대에서 (장 상병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알아봐달라고 당부했다. 군대가 자신들에 대한 치부가 드러날 일을 수사한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언론이라도 나서서 그 부분을 해결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러나 방송에선 단 한 번도 군대에 대한 내 의문제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제작진은 내게 방송이 곧 나가게 잡혀있고 경찰이나 어디서나 다들 말을 안 해줘서 별다른 방송내용을 건진 게 없다고 실토했다. 그들은 방송 송출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나는 국과수 결과가 보름 정도 있으면 나올 테니 그거 보고 방송을 내든가 하라고 말했다”고 전한 뒤 “시간에 쫓기는 탐사보도프로그램은 없다. 면밀한 팩트 체크가 아니라 시간을 선택한 순간 공익성은 크게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SBS제작진이 밀실살인사건 보도가 갖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A가 아니면 B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A에 대한 옹호는 당연하게 B에 대한 비난을 의미한다. 노원경찰서와 북부지검 출입기자들이 단톡방에서 국과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더 이상의 보도를 내보내지 말자고 결정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을 보고 전 국민이 나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특정성이라는 것은 ‘언어’로만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양씨는 “그러나 불기소이유서에는 피해자인 나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가해자인 SBS 주장만을 일방으로 받아들여 상식에 어긋난 자의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피해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분명하고도 명백하게 피해를 입은 사실이 존재하며, 이는 언론중재위나 검찰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피해를 입힌 사람이 방송도 아니고, 방송을 시청한 시청자도 아니라는 검찰의 모순된 결정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양씨는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살인자처럼 묘사하며 비방한 누리꾼들을 고소했지만 이들은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는 “피해자가 있다면 반드시 가해자가 있어야 한다. 때문에, 피해자가 있는데도 가해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버린 이 불기소이유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씨는 SBS가 철저한 수사촉구라는 공익성이 방송의 목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과 관련해 “국과수 결과가 나온 뒤 보도하더라도 늦지 않는 일이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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