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가 지난 14일 지하철에서 이동권 시위를 했지만 다수 언론에서 이를 다루지 않거나 시민이 겪는 불편을 더 강조해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시청역까지 휠체어를 타고 정거장마다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휠체어 이용자 탑승 승하차’ 시위를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20일 1·5호선 환승역인 신길역에서 한경덕씨가 장애인용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다 계단 밑으로 추락해 98일간 사경을 헤매다 사망한 사건 때문이다. 당시 신길역 측은 리프트의 문제가 아니니 고인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장차연은 이후 서울교통공사 등에 두 차례 면담을 진행했지만 법적책임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지난달 23일 기자회견, 같은달 29일부터는 추모제·농성을 진행했다. 6·13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14일 서울시장에게 △서울시 책임인정과 공식사과 △2015년 12월 발표한 ‘장애인이동권증진을위한 서울시선언’의 이행 △선거기간 제출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장애인이동권요구안’에 대한 답변 등을 요청하며 ‘휠체어 탑승 승하차’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장차연이 시민에게 불편을 주면서 시위를 한 이유는 무관심 때문이다. 추락사고 8개월이 지났고 수차례 기자회견과 호소를 했지만 주요 이슈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날 시위로 열차가 지연되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관심을 모았다. 장애인들의 주장은 불안한 리프트 대신 승강기를 설치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지하철 역 중 27곳은 리프트를 이용해야만 열차를 탈 수 있다.

지난 18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결과를 보면 시위 당일 저녁종합뉴스로 이를 보도한 방송사는 MBC·SBS·TV조선뿐이고, KBS는 온라인 기사로만 다뤘다. JTBC·채널A·MBN은 지난 17일까지 보도를 하지 않았다. 신문의 경우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가 18일까지 해당 시위를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4일자 온라인 기사를 한 건 내놨다.

▲ 14일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14일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민언련은 TV조선과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았다. TV조선 14일자 리포트 ‘“이동권 보장” 장애인 시위…지하철 2시간 지연’에서 앵커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지하철에서 리프트를 이용해 오르내리는데요, 이 리프트가 사고가 잦다며, 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6개역에서 반복적으로 승하차하는 시위였는데, 지하철 운행이 지연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습니다”라며 해당 소식을 전했다.

기자는 “지하철 승강장이 휠체어로 가득찼습니다. 열차가 오자 한 대 한 대 줄지어 탑승합니다. 그리고 다음역 한 대 한 대 내립니다. 타는데 10분, 내리는데도 10분입니다”라고 전했고,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 멘트도 함께 전했다. 시민의 불편을 더 부각하는 리포트라고 볼 수 있다.

▲ 14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14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물론 장애인단체 활동가 인터뷰와 함께 지난해 10월 신길역에서 한씨가 추락한 사건과 2001년 이후 리프트 사상 사고가 9건이라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민언련은 이를 두고 “보도하지 않아 사안을 외면한 것보다는 나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해당 기자는 뒤이어 “하지만 평소 15분 걸리던 구간이 2시간 가까이 지체되면서 일부 시민들의 불만도 쏟아졌습니다”라며 시민의 불편을 다시 한번 강조했고 시위에 부정적인 시민의 목소리도 담았다.

동아일보는 이날 “내렸다 탔다 반복…서울지하철 1호선, 장애인 단체 시위로 지연 운행”라는 기사에서 “한 장애인단체가 14일 서울지하철 1호선에서 시위를 하면서 열차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며 해당 소식을 전했다. 

▲ 14일자 SBS 보도화면 갈무리
▲ 14일자 SBS 보도화면 갈무리

이에 비하면 SBS는 시위 소식과 장애인의 요구 사항에 초점을 둬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BS는 광화문역에서 직접 휠체어를 탄 활동가와 동행해 얼마나 이용이 불편한지를 카메라에 담았다. MBC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소식을 담았지만 리포트 초반 앵커 멘트에서 시위 참가자의 목소리를 담아 균형을 맞췄다.

해당 시위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20여명이 벌인 집회였다. 언론이 전한대로 일부 지하철 이용객은 시위 참가자에게 욕설을 했고 이 중 일부는 전파를 탔다.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비마이너 기고를 통해 “이동에 제약을 받아 본 적 없는 그들에게 2시간의 제약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킬만한 사건”이지만 “그 부정적인 감정은 억울한 죽음에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죽음을 방관하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항의하는 것으로 표출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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