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가다듬고 두드린다. SOS. 긴급구조신호다. ‘소득주도 성장호’ 침몰 위기.

몇 차례나 가만히 있으려 했다. 지켜보자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거센 파도가 ‘소득주도 성장호’를 끊임없이 때린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되레 소득분배를 악화한다는 아우성이 나온 것은 오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뒤 처음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모들에게 “청와대야 말로 정말 유능해야 한다”고 당부한 까닭도 저간의 비난들을 염두에 두었을 터다. 조국 민정수석도 “민생과 일자리, 소득 증가에서 국민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정부는 버림받는다는 것을 유념”하자고 말했다.

공감한다. 다만 ‘유능’의 방향이 어디로 귀결될까 스멀스멀 우려가 올라온다. 더욱이 그마저도 기득권세력을 대변하는 신문에겐 ‘과녁’이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사설 “유능 주문 앞서 ‘이념 경제’ 벗어나야”는 제목부터 ‘색깔’을 담았다. “촛불이 명령한 정의로운 경제를 이뤄낼 때까지 그만두지 않겠다”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다짐도 도마에 오른다. 이어 살천스레 부르댄다.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소득주도 성장’은 수정과 비판이 용납되지 않는 절대 도그마가 돼버렸다.”

과연 그런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 아니 집요한 비난은 조선일보 인터넷만 보더라도 차고 넘친다. 사설의 위선은 “경제 부처 관료들은 대부분 유능하다. 그들이 지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존재가 된 것은 유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념 경제’ 아래에서 방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서 ‘절정’을 이룬다.

▲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정말이지 묻고 싶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경제 정책은 유능했는가? 그래서 4대강에 삽질을 하고 선박기업 규제를 완화해주어 세월호 참사를 불러왔는가?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물러나는 상황에서 앵무새 외마디처럼 ‘규제 완화’만 부르대던 전임 두 대통령과 그들을 보좌한 경제 관료들이야말로 낡은 이념 경제의 화신 아니었던가.

조선일보와 기득권세력이 아직도 박근혜의 노동 탄압을 ‘노동 개혁’으로 포장하는 모습을 보자면 그들에게 최소한의 지적 성실성이라도 있는지 의문스럽다. 저들이 고용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세계 추세’에서 가장 돋보이는 나라는 일본일 터다. 그런데 바로 그 일본은 아베가 끊임없이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해왔다. 벌써 6년째다.

박근혜는 그냥 접어두자. 하지만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나서면, 대체 이 나라의 전경련과 경총, 그 앞잡이 조선일보와 부자언론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우리보다 이미 최저임금이 높은 일본은 앞으로도 해마다 올려가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일본에서도 기업, 특히 중소기업은 반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부자언론들처럼 아예 판을 뒤흔들지 않는다. 기자로서 최소한의 교양을 갖췄기 때문이다.

한낱 기득권세력의 앞잡이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호’에 “SOS”를 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할 때 썼듯이 ‘소득주도 성장’은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문재인 정부, 국책 연구기관과 언론 기득권 깰 수 있나’ 2017년 5월16일자).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나는 침몰 위기를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보라. 이미 국회는 여당조차 최저임금 관련법 개악에서 드러났듯이 저들의 공세에 주눅 들거나 내심 굴복했다. 경제부총리는 공공연히 규제 완화를 들먹인다. 청와대 안팎의 ‘경제정책 실세’들도 소득주도 성장의 극히 일부만 추진해놓고 방어에 급급하고 있다. 일부만 추진하기에 오히려 포위되어 있는 사실을 직시할 수는 없을까. 엄청난 세금 먹는 국책연구기관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두 공영방송은 또 어떤가. 제대로 의제설정을 하고 있는가?

그래서다. 또 욕먹을 각오하며 쓴다. 이대로 가면 가라앉는다. 기울어가는 소득주도 성장호를 바로 세우는데 더 늦기 전에 힘을 모아야 옳다. 다시 두드리는 까닭이다.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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