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이 참패하리라는 것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예고된 바 있었지만 실제로 드러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 14곳 가운데 대구와 경북(통칭 TK)에서만 당선자를 냈는데, 그것조차 종전처럼 압승은 아니었다. 서울의 기초단체장(구청장) 당선자 25명 가운데 24명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는 사실도 놀랍기는 하지만, ‘보수의 요새’였던 강남·서초·송파중에서 서초 단 한 군데만이 한국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은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강남 3구조차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렸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재보선 12개 지역 가운데 민주당에 11곳을 내주고 김천 한 석만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보수의 아성’이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광역단체장과 부산시의 기초단체장 자리도 휩쓸었다. 한국당의 ‘시조’ 격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1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우리는 참패했고,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당 대표 사퇴의사를 밝혔다. 사진=이우림 기자
▲ 1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우리는 참패했고,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당 대표 사퇴의사를 밝혔다. 사진=이우림 기자
한국사회의 정치·사회적 지형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칠 선거 결과

궤멸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자유한국당의 참패는 예견된 것이었지만, 그것이 한국사회의 정치·사회적 지형에 미칠 영향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혁명적’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70년 동안 ‘친미사대주의’와 ‘반공’(초기에는 멸공)을 신봉하고 실행하던 극우세력이 정치적 주도권은 물론이고 영향력에서도 완전히 멀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대표하던 극우세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최일선에서 그런 ‘자해행위’를 이끌었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특히 홍 대표는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강력히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었다. 1953년 휴전협정 이래 65년 동안이나 지속된 남한·미국 대 북한의 적대관계 해소와 상생 노력이 그렇게도 두려웠을까? 특히 홍 대표는 촛불혁명에 힘입어 정권 교체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 정부 자체를 ‘좌파’로 몰아붙였다. 모두 빨갱이들이라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세계 어디에 내세워도 뒤지지 않을 ‘정치적 색맹’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를 포함한 중진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보인 행태 역시 극우세력의 궤멸에 ‘이바지’ 한 바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과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여야당을 대표해 위원장을 맡았던 권성동 의원과 그의 ‘동지들’은 박근혜가 파면된 뒤 친박 진영을 탈퇴해 반박 정당으로 옮겨갔다가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슬그머니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 극우세력의 선봉에 섰다. 홍 대표를 얼굴로 한 한국당의 핵심 인물들이 평소뿐 아니라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국정농단에 동조한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사죄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박근혜 씨가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고, 이명박 씨가 20여 개나 되는 범죄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는데도 “우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사과하지 않았다. 촛불혁명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유권자들이 이렇게 후안무치한 정치인들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겠는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의석을 130개로 늘리면서 한국당을 크게 앞서게 되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만든 원내교섭단체 의원 20명과 합세하면 국회 운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당보다는 덜 참담하지만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을 단 한 명도 내지 못한 채 기초단체장조차 거의 확보하지 못해 정치적 파산선고를 받은 셈이나 다름없이 된 바른미래당 역시 이런 상태로는 연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정당은 극우세력은 아니지만 근자에 촛불혁명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거듭해 왔다.

청년세대는 물론 40대 이상 기성세대도 조중동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아

극우세력의 궤멸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극우 언론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가 앞장선 극우 매체들은 이번 지방선거 오래 전부터 그 실체를 노골적으로 보이더니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움직임과 지방선거 시기에는 ‘반동적 성향’을 극도로 드러냈다. 지난 3월 28일 언론·시민단체들이 결성한 ‘2018 전국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의 위임을 받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지방선거 직전까지 모니터한 조중동의 기사와 논설을 보면 그 매체들은 한국당의 ‘선거전략본부’ 또는 기관지 같은 속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민언련 누리집 참조). 민주당 후보들의 약점이나 비위가 조금이라도 밝혀지면 가차 없이 공격했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 후보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관대하기 짝이 없었다.

조중동은 멀리는 1970년대 후반 이래 박정희 정권에 대해 이렇다 할 비판을 하지 못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일간신문 시장 점유율이 70%가 넘는다고 자랑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촛불혁명의 위력이 조중동의 대선 개입을 무력화했던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조중동이 필사적으로 계속한 민주당 승리 ‘저지 작전’은 처참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종이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 20·30 세대는 물론이고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도 그들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한반도는 전쟁과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평화와 화합과 공존의 역사로 바꾸어나가는 무대로서 온 세계인들이 주시하는 초점이 되어 있다. 남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함께 종전선언을 한 뒤 평화협정 또는 불가침조약을 맺는다면 한반도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적으로 거대한 변화의 쓰나미가 일어날 것이다. 이 거창한 역사의 수레를 함께 미는 세력은 평화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고, 그 흐름에 역행하는 세력은 온전히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조중동이 중심에 선 극우세력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 지난 2016년 12월3일 열린 제6차 박근혜 퇴진 국민촛불 집회 모습.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학생이 방송차에 올라 자유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016년 12월3일 열린 제6차 박근혜 퇴진 국민촛불 집회 모습.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학생이 방송차에 올라 자유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프레시안에 중복게재됩니다 )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