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보도 파격이 계속됐다.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차 싱가포르로 건너간 소식을 전한데 이어 13일 노동신문은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전문까지 실었다. 노동신문은 합의문 전문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단독회담 하는 30장의 사진을 실었다.

북미 정상회담을 조미관계의 새 역사적 변환점임을 알리며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력’을 치켜 세우는 내용인데 북미 정상회담 직후 바로 보도해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걷고, 악수하고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배치된 사진을 실은 건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강조하며 관계회복을 신속히 알리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노동신문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 때도 1면에서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평양을 출발하시였다”며 발빠르게 알렸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1~2차 정상회담 소식을 하루 늦게 보도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보도는 한층 신속해졌다.

노동신문의 변화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성 부부장이 있다는 분석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영주 교수(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는 ‘김정은의 등장과 북한 언론인의 변화’라는 글에서 “백두혈동으로 2017년 10월7일에 열린 7기 2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김여정은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1부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북한 언론에 변화의 바람이 본격 불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합의문 전문과 사진으로 상세히 전한 건 지난 2015년 북한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북한 4대 신문이 컬러화를 단행하는 등 변화의 바람 속에 가능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뒤 노동신문이 대통령과 국군 등 우리측 공식 용어를 사용하며 사실보도 위주로 전환했다.

북한 매체에 상품광고와 기업광고가 실리는 것도 변화된 모습이다. 김 교수는 “상품광고와 기업광고는 원칙적으로 취급하지 않지만 평양신문 4면에 가끔 특정 백화점에 새로 입하된 상품이나 일용품을 소개하는 광고가 게재되거나 극장의 프로그램 안내를 싣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평양역 광장에 마련한 옥외광고탑에 평화자동차 기업광고를 설치해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평화자동차는 이탈리아 피아트 자동차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공장이다.

김 교수는 13일 통화에서 “이미 2011년 광명백과사전에서 보도 기능을 중요시 하겠다고 확정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알리고 주민을 설득하는 방침을 세웠다. 최고 지도자의 인간적인 면모나 중요사건을 바로 알리는 것이 선전 효과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상국가의 이미지나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회담했기에 지도자를 믿고 따르라는 것이고 지난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 확고하다는 일종의 메시지다. 대내외적으로도 회담에 진정성이 있다고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여정이 선전선동 1부부장으로 오르면서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밀려나고 이미지와 여론관리를 하고 있다. 여러 정황상 이런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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