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언론인들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에 바라는 것은 ‘단일화’다. 단일화 목적이 ‘반(反) 문재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서 쉽게 명분을 찾을 수 없는 결합이지만 이들 보수언론 3인방은 안 후보의 결단을 재촉했다.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씨는 21일자 칼럼(“안철수·김문수 열흘간 할 일”)에서 “선거가 정권 심판에 충실하려면 구도가 1:1로 간명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1여·3야 구도는 유권자의 다양한 정치적 취향을 반영하기엔 좋다. 그러나 집권 세력의 폭주나 탈선, 위헌성을 경고하는 데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현실적으로 국민 관심이 가장 높은 서울시장 후보만이라도 단일화하기를 제안한다”며 “안철수와 김문수 두 유력한 후보가 교황 선출 때처럼 문 걸어잠그고 한 방에 들어가 합의볼 때까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기 희망을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안철수나 김문수를 선호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박원순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유권자가 얼마만큼 지지하고, 얼마만큼 반대하는지 알고 싶다”며 단일화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 동맹, 주한미군, 정전 협정에 중대한 변화가 예견되고 기업과 시장 중심의 자유 경제 체제가 노조와 정부 주도의 사회적 경제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에 “지금까지 정책 기조가 탈선인지 아닌지, 혹시 폭주는 아닌지 헌법과 국체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것인지 등에 대해 유권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17일 단일화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에 대한 정치적 소신과 신념이 확실하다면 동지로서 생각하고 같이 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면 안 후보는 “많은 국민들이 누가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그 후보에 모든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언론인들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에 바라는 것은 ‘단일화’다. 왼쪽부터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사진=중앙일보, 미디어오늘, 조선일보
▲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언론인들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에 바라는 것은 ‘단일화’다. 왼쪽부터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사진=중앙일보, 미디어오늘, 조선일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전씨와 대동소이한 주장을 ‘극단의 언어’로 표출했다. 조갑제TV가 지난 17일 유튜브에 게시한 영상을 보면, 조 대표는 두 후보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가치를 기준으로 하나로 만들자는 것은 ‘진전된 단일화’”라고 김 후보 발언을 높게 평가했다.

조 대표는 “한국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반영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정치 세력은 하나가 돼야 한다,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으므로 이것이 성공하면 중도·보수 대동단결로 가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며 “(서울시장 후보가) 단일화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연쇄적으로 단일화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반대하는 세력은 북한 노동당 정권과 남한의 좌파 세력”이라며 “‘김정은 편’과 ‘한민족’의 대결 구도로 만들어야 한다. 김정은에 반대하면 다 우리 편이고, 김정은 편을 들면 혈육이라도 원수다, 이런 구도를 가져야 (중도·보수의) 대동단결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더라도 한국 정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김정은 세력’ 대 ‘반김정은 세력’으로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단일화 시도에 실패는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도 지난달 10일자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가 “좌파 일변도의 길”로 가고 있으니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김 후보와 안 후보가 “후보 차원에서 단일화”하라고 주문했다.

김 고문은 6·13 선거를 “문 정권에 대한 최초의 국민적 의사 표시이며 중간 평가가 될 것”이라며 “현 집권층이 이기면 좌편향 노선은 일직선으로,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친북한 노선은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며 미국과의 관계는 이미 일부 극좌 시위가 보여줬듯이 미군 철수, 한·미 동맹 파기의 순(順)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들의 단일화 주장은 ‘반 문재인’, 소위 ‘반 좌파’로 요약된다. 하지만 안 후보도 단일화는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서울시장 당선은커녕 2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충재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은 18일자 칼럼(“안철수-김문수의 ‘2위 싸움’”)에서 “안 후보의 존재감은 지난해 대선 때보다 낮아졌다”며 “‘드루킹 사건’이 터지자 안 후보는 자신이 최대 피해자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건 연관성을 거듭 주장했다.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워 보수 표심을 끌어 모으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드루킹 논란에 집중하느라 ‘안철수 대 박원순’은 사라지고 지난 대선 때의 안철수 이미지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안 후보에게 최악의 상황은 김 후보에 뒤져 3위가 되는 경우다. 그럴 경우 차기 대선 출마는 물론 정치생명조차 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3등으로 밀려나는 당은 야권발 정계 개편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양당 내부에서 단일화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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