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문화방송)가 스스로 ‘조작보도를 했다’는 충격적 고백을 내놓았다. 더구나 선거기간에 특정후보의 이미지에 치명적 상처가 되는 ‘논문표절 의혹’이라는 보도는 사실상 조작이었다는 결론은 허탈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영향력이 큰 방송사가 마음먹고 선거철에 ‘의혹’을 내세워 정치적 조작방송을 할 경우, 후보자는 누구든 치명적 데미지를 받게 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보다 신중한 보도를 요구하지만 ‘언론자유’를 내세우며 이를 무력화 시킨다. 내부의 ‘게이트 키핑’이 제역할을 못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고의로 조작에 나선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반저널리즘적 불법보도를 했다.

과거 잘못된 보도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노사 합의로 구성된 ‘문화방송 정상화위원회’(정상화위)는 최근 “(안철수 후보의) 당시 표절 의혹을 제기한 취재원과 인터뷰이의 신원은 불분명한 반면 표절이 아니라고 밝힌 교수의 발언은 보도 내용에서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2012년 10월1일, 2일, 22일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안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안 후보의 서울대 의학박사 논문(1991년)이 같은 과 서아무개 교수의 2년 전 박사 논문 상당 부분을 베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보도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크게 위반하고 반론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며 같은해 10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선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인 ‘경고’를 받았다.

▲ 지난 2012년 MBC ‘뉴스데스크’의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논문 표절 의혹이 사실상 조작됐다는 MBC 정상화위원회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지난 2012년 MBC ‘뉴스데스크’의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논문 표절 의혹이 사실상 조작됐다는 MBC 정상화위원회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경고’가 중징계에 해당되지만 이미지 타격을 받은 당사자의 피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미디어의 오보는 일단 방영되고나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고의성이 다분할 경우 서양에서는 막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다. 언론자유를 존중하지만 그 책임을 저버렸다고 판단되면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사항이다.

MBC는 선거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왜 고의성 다분한 논문표절의혹 보도를 내보내 당시 안후보에 치명적 이미지 손상을 가져왔을까? 그 반사이익은 누가 가져갔을까?

정상화위 조사에서 담당 기자는 “첫 보도부터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해당 기사를 주도했으며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한겨레신문’은 보도했다. 당시 정치부 기자들은 표절 의혹과 관련해 교수 4명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이중 소속 대학·이름을 밝히고 표절이 아니라는 의견을 낸 교수 2명의 인터뷰는 실제 보도에 사용되지 않고 문화방송 영상자료실에 보관됐다. 반면 표절 판정을 내린 교수 2명은 실명을 밝히지 않고 음성이 변조된 채 뉴스에 등장했다. 이 인터뷰 자료는 자료실에 남아있지 않으며 담당 기자는 이 교수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맨 처음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는 취재원도 정체불명이다. 담당 기자는 지인의 소개로 2012년 9월 말 국회 복도에서 우연히 취재원을 만나 표절 의혹이 정리된 문건을 받았다면서 취재원의 이름과 소속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고 취재원을 소개해준 지인은 그 후 사망했다고 정상화위는 밝혔다.

정체불명의 취재원을 소개받아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비정상이다. 고의성이 엿보이는 부분은 ‘표절이 아니다’고 주장한 두 명의 교수는 신분을 밝혔는데, ‘표절이다’고 주장한 취재원은 교수인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저널리즘에서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을 경우 보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위반했다.

더구나 교수 두 명이 일치된 의견으로 ‘표절이 아니다’고 판단하면 설혹 의혹이 있더라도 보도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취재원을 만들어 ‘표절의혹’으로 보도했다면 이것은 ‘악의적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단순히 ‘경고’수준을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

[ 관련기사 : MBC ‘안철수 논문 표절’ 보도는 오보가 아닌 조작 ]

한국은 선거철 방송, 신문 등이 여론을 왜곡하고 특정후보를 노골적으로 밀거나 비난하는 등 선거중립이 아닌 선거개입을 전통처럼 노골화하고 있다. 관련당사자들에 대한 처벌도 흐지부지 되고 어느 후보가 또 다시 미디어의 희생양이 될지 알 수 없다.

미디어의 선거개입은 선거후 언론사 주요 간부들의 승진과 정계진출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진실을 훼손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왜곡한 결과, 그 피해당사자는 대중이 되고 그 부정한 열매는 소수 언론사 간부들이 가져간다. 그렇게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 장관이 된 인물들이 이명박 전대통령 기자회견때 병풍처럼 부끄러운 자리에 서있는 모습은 언론사 치욕의 한 장면이었다.

공영방송의 적폐청산은 이제부터 시작이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고의로 훼손하고 선거질서를 파괴하는 조작행위에 가담했는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이것만이 현재와 미래에 언론사 부장, 국장의 지시에 따랐다는 무책임한 기자들의 변명을 통제할 수 있다. 또한 언론사 일부 간부들의 권력과의 추악한 거래를 중단시킬 수 있다. 공영방송의 적폐청산, 언론개혁의 시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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