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19일 “삼성 노조파괴 문건 ‘그룹 싱크탱크’가 작성”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난 2013년 폭로된 이른바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경제연구소가 작성했다고 보도하면서, 삼성의 노조 탄압이 각 계열사 차원이 아닌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주도했거나, 나아가 이재용 부회장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겨레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2014년 11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 관련 수사보고서를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삼성그룹이 삼성인력개발원과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노조 와해 관련 문건을 작성토록 지시한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해당 문건은 자료 분량이 방대해 작성을 중단한 문건이라고 했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이것을 누가 수정한 것 같다는 삼성의 해명을 받아들여 해당 문건을 ‘삼성의 문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드러난 초기에 해당 문건이 토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 실제 시행된 적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삼성은 내부에서 작성된 문건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수사보고서에는 해당 문건은 삼성이 작성했고, 이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사안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강병원 의원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의심가는 지점은 총 4가지다.

① 삼성인력개발원이 삼성경제연구소에 업무지시를 할 수 있나?

수사결과보고서를 보면 삼성인력개발원 조모 전무는 2011년 연말에 있을 CEO세미나 참고자료가 필요하다며 삼성경제연구소에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조모 전무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수사에서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지 않고 본인 생각에 필요할 것 같아”서 이런 일을 벌였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4년 11월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수사보고서 내용. 자료=강병원 의원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4년 11월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수사보고서 내용. 자료=강병원 의원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4년 11월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수사보고서 내용. 자료=강병원 의원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4년 11월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수사보고서 내용. 자료=강병원 의원실
인력개발원 전무가 삼성의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에 불법 소지가 다분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할 수 있었을까? 또한 이후 삼성이 자신들이 작성한 문건이라고 밝혔다가 자신들과는 무관한 문건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② 미전실은 왜 진위여부를 삼성경제연구소에 물었을까?

수사결과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3년 10월14일 JTBC 기자가 삼성 미래전략실에 찾아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삼성에서 만든 문건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때 미래전략실 윤모씨는 곧장 삼성경제연구소 이모 상무에게 작성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이모 상무는 해당 문건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작성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4년 11월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수사보고서 내용. 자료=강병원 의원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4년 11월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수사보고서 내용. 자료=강병원 의원실
윤모씨는 언론의 해당 문건 확인 요청에 정확히 문건을 작성한 삼성경제연구소에 확인을 요청했다. 미래전략실이 이 문건, 혹은 이와 같은 문건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작성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가 두 번째 의문이다.

③ ①번과 ②번이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삼성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삼성인력개발원 조모 전무는 이러한 문건의 작성을 삼성 미래전략실에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JTBC 기자가 미래전략실에 해명을 요청했을 때 삼성 미전실 관계자는 곧바로 삼성경제연구원에 전화를 걸어 해당 문건의 작성을 확인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4년 11월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수사보고서 내용. 자료=강병원 의원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4년 11월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수사보고서 내용. 자료=강병원 의원실
강병원 의원은 “노사관계 일반에 대한 자문이 아니라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작성 여부를 삼성경제연구소에 확인한 것은, 미래전략실이 삼성경제연구소에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작성을 지시하였거나 최소한 문건 작성 보고를 받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④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는 계열사가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있다.

강병원 의원 측은 예를 들어 △최근 3년간 그룹 내 성희롱 사고는 총 54건이며 음주와 관련된 사건이 39건으로 72%를 점유한다는 내용, △전자(電子) 모 전무의 메신저 내용 △(노조 설립 시 대응을 위해) 그룹은 2011.7월 이후 매주 각 사업장과 화상회의를 실시하고 있다는 내용 △2011년 6월4일 사무실 복합기 근처에서 현장 여직원이 노조 설립 시 행동요령 문서 일부분 발견했다는 내용 등이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포함되어 있음을 들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수사보고서를 보면 이는 삼성경제연구소에 파견 나온 삼성그룹 관계사 직원을 통해 확보한 내용으로 보인다. 공모 삼성경제연구소 과장은 “삼성그룹 내 여러 사례를 발굴하기 위하여 삼성경제연구소에 파견 나와 있는 삼성그룹 관계사 직원들을 통해 해당 사업장의 사례를 수집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4년 11월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수사보고서 내용. 자료=강병원 의원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4년 11월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수사보고서 내용. 자료=강병원 의원실
이 역시 ‘S그룹 노사전략’이 그룹 차원에서 작성된 문건이며, 그룹차원의 일이었다면 미래전략실이 개입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강병원 의원 측의 주장이다. 강 의원 측은 “이로써 삼성 노조와해 컨트롤 타워는 삼성 미래전략실, 브레인은 삼성경제연구소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삼성그룹 최고위 임원, 상층부까지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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