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본인의 마약 사건 연루 의혹을 다룬 KBS ‘추적60분’을 방영하지 말라며 KBS를 상대로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씨는 오는 18일 방영 예정인 추적60분 ‘MB아들 마약 연루 스캔들 누가 의혹을 키우나’ 편에 대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추적60분은 지난해 7월 ‘검찰과 권력 2부작 – 검사와 대통령의 아들’ 편에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사위의 마약 투약 사건에 이씨가 연루된 정황이 있었으나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씨 측이 해당 내용이 허위라며 KBS와 추적60분 제작진을 상대로 정정보도 등 청구 소송을 제기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범수 PD는 16일 오후 통화에서 “당시 방송은 권력을 감시해야 할 검찰이 특권층 자제를 봐줬다는 의혹이 핵심이었다”며 “사건 본질보다 이씨와의 소송에 관심이 집중됐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방송 취지에 부합하는 추가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용기를 내준 제보자의 이야기를 묵혀둘 수 없었고 실체적 진실을 다시 강조하기 위해 후속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 PD는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권력 남용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아들 이시형씨에 대한 재수사 촉구를 미룰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JTBC가 ‘2012년 출범한 내곡동 사저 특검이 이씨 친구를 통해 청와대 경호처 특수활동비가 유흥업소에 입금된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며 “이번 추적60분 취재 과정에서 이씨가 마약 사건 공범들과 수차례 어울렸다는 제보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거액의 유흥비를 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즉 기존 소송이 끝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에 관련 제보를 더 이상 묻어둘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씨 측은 추적60분이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송을 하려 한다며 제작진의 취재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측 법률 대리인인 오재훈 변호사는 미디어오늘에 “소송에서 다뤄지는 주요 쟁점에 관해 취재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증거를 추가로 확보했다면 법정에 제출해야지 일방적으로 보도한다는 것은 여론 재판을 하겠다는 말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KBS는 국민의 방송인데 재판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PD는 “여론이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씨 측 주장은 오히려 법원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언론이 불편한 얘기를 할 때마다 법적 행위로 취재를 제한하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심대한 훼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을 앞두고 물리적으로 가능한 순간까지 반론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추적60분 ‘MB아들 마약연루 스캔들 누가 의혹을 키우나’ 편은 오는 18일 오후 11시10분에 방영될 예정이다.

▲ KBS '추적60분'은 지난해 7월 '검찰과 권력 2부작-검사와 대통령의 아들' 편에서 이시형씨의 마약 사건 연루 정황과 검찰의 봐주기 수사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다. 사진=KBS 추적60분 예고편 캡처.
▲ KBS '추적60분'은 지난해 7월 '검찰과 권력 2부작-검사와 대통령의 아들' 편에서 이시형씨의 마약 사건 연루 정황과 검찰의 봐주기 수사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다. 사진=KBS 추적60분 예고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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